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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 칼끝, 박근혜 정부 넘어 MB정부 겨냥한다

입력
2017.07.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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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언론통제 녹취록 등 공개

롯데월드타워 관련 문건도 나와

민주당 지도부 檢 수사 촉구

MB 측근 “유치한 정치 공작”

보수 진영서는 ‘보복설’ 거론도

與 “특정 세력 겨냥 아냐” 반박

이명박(사진 오른쪽)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대치동 사무실로 예방 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명박(사진 오른쪽)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대치동 사무실로 예방 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칼끝이 이명박(MB) 정부를 본격적으로 겨누기 시작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개입과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및 STX그룹 관련 문건 등 최근 검찰과 청와대를 통해 흘러 나오는 의혹 대부분이 MB정부를 정면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도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MB정부를 겨냥한 사정 움직임은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과 언론통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본격 점화됐다. 특히 검찰에 제출된 녹취록은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복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 간 어떤 밀약과 지시, 방침이 있었는지 검찰이 조사해야 한다”고 MB를 정면으로 겨냥하기 시작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 대선개입 댓글, 간첩 조작 사건, 관제 극우 데모 지원 등 지난 10년간 민주주의 파괴에 앞장선 국정원의 수치스러운 모습과 치부의 일부가 드러났다”며 MB를 정조준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도 보수 야당의 반발에 “(국정원의 정치공작은) 정말 추악한, 쿠데타에 준하는 일인데 쿠데타를 처벌하는 것도 정치 보복이냐”라며 거들고 나섰다.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문건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문건을 발견했다며 전격 공개한 것 또한 MB정부를 향한 사정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문건에 담겨 있다는 제2롯데월드 관련 사항은 2008년 MB정부가 애초 불가 방침을 밝혔던 롯데월드타워 건립을 허가함으로써 당시에도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성남 서울공항 이·착륙 전투기의 안전성 문제가 일면서 국방부에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이 전 대통령은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신축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여권의 증세 논의에서도 MB정부를 겨냥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증세와 관련한 여론전에 본격 나선 민주당은 “MB정부의 법인세 감세에도 불구하고 고용과 투자는 늘지 않고 실업난이 심각해졌다”며 현 정부의 과세 정책이 MB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과정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여권이 MB정부의 적폐청산에도 팔을 걷어붙이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보복설’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특정 세력을 겨냥해 적폐청산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문재인 정부 주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기류가 적지 않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 진영도 잔뜩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 전 대통령이 25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야권이 단합해야 한다. 나도 밖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말한 취지 또한 MB정부를 겨냥한 사정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일련의 흐름을 보면) 너무 속이 뻔히 보이는 유치한 정치 공작 같다”며 “정권 초기부터 그런 식으로 사정을 하려는 것 보면 참으로 답답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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