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유치원에서 벌어진 원생폭행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유명 온라인 이슈청원 사이트의 의제로 떠오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아동학대 가해자 집행유예 안됩니다’라는 제목의 이 서명운동은 지난 20일 시작해 다음달 9일까지 2,000명을 목표로 했지만 서명인은 이미 1만5,000명을 넘겼다.
피해아동의 학부모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를 공개하며 “우리 아이가 뺨을 맞고 비틀거리고 눈물을 훔치는데 또 다시 폭행이 이뤄졌다”며 “(가해자들이) 충분한 죗값을 받길 탄원해달라”고 호소했다.
4~5세 원생들을 많게는 121차례나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보육교사들에 대해 1심이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학부모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앞서 부산지법 1심 재판부(형사10단독)는 지난 10일 상습적으로 아동을 폭행한 혐의(아동학대범죄특례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 권모(27)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교사 김모(24)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은 이들이 4~5세 유아들을 “버릇(습벽)처럼” 폭행한 것으로 봤다. 판결문을 보면 권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1시쯤 학예회를 앞둔 부산 사상구의 한 유치원에서 “율동연습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한다”며 A(5ㆍ여)양의 귀를 잡고 흔들어 넘어뜨리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같은 달 5일부터 이날까지 원생 24명을 121차례나 폭행했다.
또 4세반 담당 보육교사 김씨는 플라스틱 반찬통으로 B(4ㆍ여)양의 머리와 어깨를 때리는 등 지난해 12월 5일부터 24일까지 원생 12명을 35차례 폭행했다.
이밖에 1심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유치원 원장 김모(53)씨에 대해서도 업무상 주의, 감독을 게을리했다며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주로 학예회 행사준비를 위한 교사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십 차례 물리적 폭행, 정서적 학대한 점은 죄책이 매우 중하다”며 “다만 반성하는 점, 선처를 원하는 학부모가 있는 점, 재범 우려가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보육교사 권씨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4년을, 원장 김씨에 대해 벌금 2,000만원을 구형했던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원장 김씨의 변호인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의 집행유예 선고를 접한 학부모들은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안진경 부산참보육부모연대 대표는 “아이들은 훈육을 넘어선 감정적인 폭력을 당하거나 이를 지켜보며 정서적 학대에 시달렸다”며 “관리자로서 유치원 원장의 책임을 물은 판결은 의미가 있지만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해선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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