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전체 0.007%만 진위 여부 확인
국내 상표권자가 아닌 다른 업자가 해외에서 별도 유통 채널로 국내에 들여오는 ‘병행수입’ 물품이 단지 통관 절차만 거치고도 정부에 의해 마치 진품으로 인증된 양 홍보돼온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수입품 가격을 낮춰보려다 위조품에 면죄부를 준 꼴이다.
26일 감사원이 공개한 ‘관세청 기관운영 감사’ 결과에 따르면, 관세청은 병행수입품 통관인증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해당 제도가 통관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인증에 불과한데도 마치 진품 여부까지 인증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알려왔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병행수입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통관인증제도를 통해 통관표지(QR코드)를 부착할 수 없는 밀수품이나 위조품 등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고, 매월 현장심사를 통해 QR코드 부착 물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하는 등 위조품이 발생하지 않게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관세청 홈페이지 홍보 문구가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감사 결과, QR코드 부착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2014년 도입된 현장심사도 한계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교부된 QR코드 수가 419만7,888개에 이르는데도 현장심사 대상인 표본 수는 0.007%인 300개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병행수입품 수입ㆍ판매 업체가 QR코드를 악용, 소비자가 QR코드가 붙은 위조품을 진품으로 오인해 구매토록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병행수입업자는 “병행수입품 진품 여부, QR코드로 검색 가능”이라는 문구를 홍보 목적으로 쓰기도 했다. 수입업자가 QR코드를 받아 세관 공무원 등 입회 없이 직접 물품에 부착하기 때문에 위조품에 이를 붙일 가능성이 있다. 감사원은 “통관인증제가 병행수입품의 유통 경로에 대한 불안감 해소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소비자에게 위조품을 진품으로 오인케 하는 피해를 줄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병행수입은 해외 상품을 수입할 때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공식업체가 아닌 다른 수입업자가 현지 아웃렛ㆍ도매업자나 별도 유통 채널로 직접 상품을 구매해 국내에 반입ㆍ판매하는 행위다. 우리나라는 기존 수입업자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병행수입을 금지해오다 수입품 가격 인하를 명분으로 1995년부터 이를 허용했다. 통관인증제는 병행수입제가 정착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2012년 도입됐고, 도입 초기부터 관세청이 관련 업무를 사단법인 무역관련 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감사원은 통관인증제가 진품인증제로 오인될 수 있는 만큼 부작용 해소 방안을 강구하라고 관세청장에게 통보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대형 유통업체나 온라인 쇼핑몰이 판매자들에게 장당 200원짜리 QR코드 부착을 사실상 강제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QR코드 부착이 의무가 아닌데도 유통업체들이 QR코드 미부착 제품은 납품 받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그 결과, 병행수입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장당 200원짜리(부가가치세 별도) QR코드를 붙일 수밖에 없게 되면서 2014~2016년 3년간 연평균 2억9,567만4,000원의 수수료를 부담했고 이는 통관인증 위탁 법인 TIPA의 수익으로 고스란히 귀속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병행수입업체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관세청장에게 통보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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