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최고급은 아니더라도 나만 소장한 특별한 장비, 거기에 이야기가 있는 아이템이라면 헤어나올 수 없다. 일명 ‘레어템’이다. 장비족들 중에서는 이미 생산이 중단된 옛날 텐트 등 과거 골동장비를 사고 판다던가 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최근 핫한 레어템은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물건이다. 문 대통령의 사진이나 메시지, 사인 등이 담긴 ‘이니굿즈’(문 대통령의 이름 마지막 글자 ‘인’과 물품을 뜻하는 굿즈(goods)를 합친 신조어)는 수집 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청와대 그림과 문 대통령의 사인이 들어간 손톱깎이 세트나 텀블러 등 청와대에서 해외 교민들에게 선물한 물품뿐 아니라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입었던 파란색 바람막이 점퍼 등을 갖고 싶다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다. 최근에는 아예 문 대통령의 애칭인 ‘우리이니’ 이니셜(ㅇㄹㅇㄴ)을 새긴 텀블러, 에코백 등을 1만~3만원 가량에 판매하는 쇼핑 사이트까지 생겼다.
레이템에 대한 욕구를 이용한 한정판 마케팅은 일반화 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나이키 농구화 ‘에어조던’ 시리즈. 지난 21일 스니커즈(운동화) 중고 장터로 유명한 한 인터넷 카페에 암호 같은 문장이 올라왔다. ‘조던1 브레드 밴드 나코 조던1 로얄블루 나코. 사이즈 280. 두 제품 나코 새상품. 일괄 판매만 80.’ ‘조던1’이란 에어조던 시리즈 가운데 첫번째 모델. ‘브레드(검정+빨강) 밴드’나 ‘로얄블루’는 해당 농구화의 색상을, ‘나코’는 나이키 코리아 제품임을 각각 의미한다. 즉, ‘한 번도 신지 않은 농구화 두 켤레를 80만원에 판다’는 내용의 게시 글이다.
80만원은 공식 판매 가격(1켤레 19만9,000원)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이지만, 이 인터넷 카페에는 비슷한 값에 에어조던을 팔거나 산다는 글이 하루 평균 70~80건씩 올라온다. 나이키는 1987년 처음 출시된 에어조던 시리즈 가운데 마이클조던이 직접 신어 유명한 모델을 골라 새롭게 디자인한 뒤 매년 몇 차례씩 ‘레트로’(Retroㆍ복고풍)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한다. 한 번 생산 물량이 수천 켤레에 그쳐, 국내에 들어오는 물량은 수십~수백 켤레로 제한된다. 에어조던을 10켤레 넘게 갖고 있는 한영호(37ㆍ가명)씨는 “에어조던 시리즈 별로 마이클 조던과 관련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이런 스토리텔링에 열광하게 된다”면서 “마케팅 전략일 지라도 내가 즐거우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칸예 웨스트가 디자이너로 참여해 만든 아디다스의 스니커즈 ‘이지부스트’는 인기가 에어조던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다. 올 초 출시된 이지부스트 ‘지브라’는 중고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정가(28만9,000원)의 두 배 넘는 가격에 인터넷에서 거래된다.
미국 의류업체 ‘슈프림’은 아예 스케이트보드 장비나 옷 등 거의 모든 제품을 한정판으로만 판매한다. “600개를 팔 수 있다고 해도 난 무조건 400개만 만든다”는 것이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장비나 소품을 모으는 취미가 꼭 고가의 물품만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 최모(32)씨는 6년 전부터 테이크 아웃 음료잔을 감싸는 ‘컵 홀더(슬리브)’를 모은다. 하루 평균 2~3잔의 커피를 마시는 최씨는 컵 홀더 각각의 독특한 디자인이 음료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묘한 매력에 빠져 본격적으로 수집을 시작했다. 이렇게 모은 컵 홀더는 현재 서로 다른 종류로만 1,000개가 넘는다. 최씨는 “특정 시즌에만 나오는 것은 그때만 구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특히 ‘무민’처럼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들과 협업해서 나온 것들은 여러 차례 매장을 방문해 종류별로 빠짐없이 모은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