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투자자들, 어진동 아파트 8채 3일 만에 싹쓸이
6월 외지인 세종 주택 매입 27.2% 상승
아파트 가격도 무섭게 치솟아
지난달 1~10일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 어진동 도램마을 1단지 아파트(전용면적 84㎡) 11채가 한꺼번에 거래됐다. 이 가운데 8채는 서울의 투자자들이 3일 동안 싹쓸이해갔다.
해당 평형의 아파트는 지난 4월 4건, 5월에 3건만 거래됐지만 열흘 만에 거래가 급증했고, 매매 가격도 치솟았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간 3억6,500만원, 최고 거래가는 3억9,900만원이었다. 하지만 이달 초에는 3,000만원 이상 훌쩍 뛴 4억3,300만원(16층)에 팔렸다.
이른바 신행정수도 특수 기대감에 편승해 서울은 물론, 전국의 투자자들이 세종시 아파트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세종시외 거주자의 세종시 주택매입 건수는 전달(1,536건)보다 425건(27.2%) 많은 1,988건으로 집계됐다.
세종시외 거주자의 세종 주택 매입 건수는 앞서 지난 2월 1,175건에서 3월 1,365건, 4월 1,387건으로 꾸준히 늘었고, 5월부터 큰 폭 상승했다.
외지인들까지 합세하면서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무섭게 치솟고 있다. 국토부의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금강 남측 소담동 새샘마을 3단지 아파트(전용면적 98㎡ㆍ17층)는 분양가의 2배가 넘는 7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2014년 6월 분양 당시 이 아파트의 가격은 3억2,000만원이었다. 3년 만에 웃돈(프리미엄)이 3억9,000만원이 붙은 것이다. 이 아파트 9단지 같은 평형대의 한 아파트는 7억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고, 전용면적 167㎡ 규모(펜트하우스)의 아파트는 이달 초 세종시에서 가장 비싼 13억원에 거래됐다.
새롬동 금성백조 예미지와 세종메이저시티의 전용면적 59㎡ 아파트의 웃돈은 1억5,000만~2억원에 달한다. 오는 10월 입주를 앞둔 소담동 LH펜타힐스도 같은 평형대에 1억5,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었다는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11.3 부동산대책에서 청약조정 대상지역으로 묶고, 지난달에는 금융 규제 조치를 했지만 세종시 아파트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널뛰고 있는 셈이다.
세종시 아파트 시장이 외지인들까지 가세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장 큰 요인은 행정수도 이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국회분원 설치와 행정자치부ㆍ미래창조과학부 이전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서울~세종고속도로의 조기 착공 및 건립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행정수도의 세종 이전까지 언급했다.
아파트 소유주들은 앞으로도 상승여력이 클 것이란 기대감에 선뜻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를 매수하겠다는 사람들이 공인중개사무소를 계속 두드리고 있지만, 매물은 많지 않다. 이는 올해 입주한 2-2생활권 새롬동(7,400여세대)의 경우 2년 후 비과세 혜택까지 보기 위해 거래를 기피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규모 입주로 전월세가 폭락했지만 매월 20~30만원의 손해를 보더라도 향후 거래 가격이 이를 압도할 만큼 많아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내년에 입주하는 2-1생활권 다정도 아파트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파트 시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행정도시 주변지역 땅 등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도담동 공인중개사 A씨는 “최근 향후 개발 가능성이 있는 구도심 토지 등을 문의하는 수도권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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