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인형 퇴직연금 대상 확대
자영업자까지도 가입 가능
금융권 고객 유치 경쟁 거세져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이 26일부터 대폭 확대됨에 따라 새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권 내 경쟁이 치열하다. 수십년 장기 고객을 유치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아예 수수료를 없애거나 대폭 낮추는 등 파격적인 마케팅을 내걸고 있다.
IRP는 근로자가 퇴직금이나 여윳돈을 각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해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는 제도다. 그 동안은 1년 이상 근무한 직장인만 가입할 수 있던 것이 26일부터 자영업자와 공무원ㆍ군인 등 사실상 소득이 있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돼 약 730만명의 잠재 고객이 더 생겼다. 개인연금과 합산해 연간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들 사이에선 가입자가 상당할 거란 기대가 나온다.
IRP 유치 전쟁에 불을 댕긴 건 삼성증권의 수수료 ‘제로(0)’ 선언이었다. 삼성증권은 개인 납입분에 대해 운용 및 관리 수수료를 없애기로 했다. IRP를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 펀드 판매 수수료와 운용 보수 등은 그대로지만 IRP 계좌 자체를 관리하는 별도의 수수료는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연금은 한 번 가입하면 오래 유지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고객 혜택을 확대하는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다른 증권사들도 신규 가입자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IRP 시장의 최대 격전지는 은행권이다. 지난해 말 기준 IRP 시장 점유율은 은행이 63.8%로 가장 높다. 증권(20.2%), 생명보험(13.2%), 손해보험(2.8%)이 뒤를 잇는다. 직장인들은 IRP 계좌를 월급통장이 있는 주거래은행에서 만들고 향후에도 이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 중 IRP 적립금 규모가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가입자 부담 수수료율을 기존 0.4%에서 0.2%대로 낮춘다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수수료를 기존 0.4%에서 0.29%로 0.11%포인트 인하한다. 우리은행은 개인형 IRP를 비대면으로 가입하는 고객에 한해 수수료를 0.1%포인트 깎아준다.
다만 아직은 저조한 수익률 탓에 신규 고객이 얼마나 몰릴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IRP 상품의 연간 수익률은 1.09%였다. 기간을 5년, 8년으로 넓혀도 연평균 2.64%, 3.68% 수준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IRP는 가입자가 운용 방식을 결정하는 방식인데, 원금 손실을 우려한 고객들이 주로 정기예금에 자산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 수익률이 아직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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