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의 세단 모델인 ‘올 뉴 시빅’을 처음 본 소감은 스포티한 면이 대폭 강화됐다는 점이다. 지난 6월 '풀 체인지’(완전변경)’로 국내에 출시된 시빅은 1973년 첫선을 보인 후 변화를 거듭해온 10세대 모델이다. 그동안 전 세계 160개국에서 2,400만대 이상이 팔리면서 혼다의 베스트셀링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신형 시빅은 외관부터 스포츠카를 연상시켰다. 차체 폭과 휠베이스는 각각 45㎜, 30㎜ 길어진 반면 차체 높이는 20㎜ 낮아져 고속주행에 적합한 안정감과 날렵함을 확보했다. 특히 차체 디자인은 매끈한 선이 아닌 울룩불룩한 근육질 곡선을 도입해 강인한 이미지를 더했다.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 고양시 일산까지 시빅을 시승해봤다.
주행성능에선 확실히 운전하는 재미가 컸다. 가속페달을 밟자 차가 민첩하게 반응했다. 시빅은 최고출력 160마력에 최대토크 19.1㎏ㆍm/rpm에 이르는 뛰어난 동력 성능을 자랑한다. 다만 이런 성능을 직접 체감하려면 가속페달을 생각보다 깊게 밟아야 한다. 160마력은 6,500rpm에서, 19.1kgㆍm은 4,200rpm에서 각각 발휘된다. 공차 중량이 1,300㎏으로 가벼운 편이어서 차가 날아가듯 도로를 박차고 나갔다. 스티어링 휠은 전보다 약간 무거워졌지만 큰 변화는 아니었다. 엔진 성능이 강화된 데 비해 차체가 가벼운 만큼 스티어링휠을 좀 더 무겁게 해 안정감을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고속주행 시 코너링에서 미세한 핸들링에 따라 차가 요동치는 것 같은 불안감도 있었다. 풍절음 등 소음도 크게 들리는 편이었다.
시빅은 주행성능을 극대화했음에도 복합연비는 14.3㎞/ℓ (도심 12.8㎞/ℓ, 고속도로 16.9㎞/ℓ)에 달할 정도로 뛰어나다. 안전ㆍ편의사양은 이번 모델에서 확대됐다. 원격 시동장치와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로 차를 떠나면 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워크어웨이 도어 락’과 ‘언덕길 밀림 방지’(HSA) 기능,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및 오토홀드’, ECM 룸미러 등이 추가됐다. 내부 편의장치도 디지털 계기판과 안드로이드 기반 7인치 터치스크린 오디오 등 첨단 사양이 장착됐다. 다만 터치 스크린에 대한 호불호는 여전했다. 스크린을 터치해도 기계가 인식하지 못하거나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는 등의 오작동이 적지 않았다. 버튼을 누르거나 패널을 돌리는 방식이 훨씬 간편하다고 판단한다.
이번 시빅은 혼다가 전면 충돌에 대비해 새롭게 개발한 차세대 ‘에이스 바디’가 적용돼 한층 내구성을 강화했다. 섀시의 59%를 고장력 장판, 14%를 초고장력 강판으로 구성했고, 혼다 최초로 후면 프레임 등에도 충격을 흡수하는 영역도 별도로 만들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시빅은 미국과 캐나다 자동차 저널리스트 53인이 뽑은 ‘2016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며 “국내 젊은 고객들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색은 실버ㆍ화이트ㆍ블루ㆍ레드 네 가지며, 가격은 3,060만원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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