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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유럽 국가 감정 대립…나토 작전 수행에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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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유럽 국가 감정 대립…나토 작전 수행에 먹구름

입력
2017.07.2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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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 독재” 비판 고조

독일은 공군기지서 자국군 철수

‘러시아 봉쇄’ 임무에 균열 조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터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터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동쪽 끝에서 반세기 동안 ‘러시아 봉쇄’의 임무를 수행해 온 터키가 유럽 동맹국들과 대립하면서 나토 임무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인권문제나 테러와의 전쟁 전략 등 근본적인 동맹 이해관계가 틀어지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나토 자체가 흔들릴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터키와 유럽 국가들, 특히 독일 사이의 ‘감정적 대립’이 나토 작전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016년 쿠데타 시도를 진압한 후 이를 언론 탄압과 독재 권력 강화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유럽 국가들의 비판이 비등하고 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나토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나토 사무차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구 국가들이 지난해 쿠데타 비판에 소극적이었던 때부터 불만이 많았고 유럽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사적 감정을 건드렸기에 현재 대결구도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독일과 터키의 대립은 나토의 전력에도 손실이다. 독일은 지난 6월 터키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 주둔한 자국군을 철수한 데 이어 콘야 공군기지에서도 철수를 논의하고 있다. 에르도안 정부는 자국이 테러집단으로 분류한 쿠르드노동자당(PKK)에 우호적인 독일 연방의원의 터키 입국을 거부한 반면 독일에서는 어느 의원이든 현지 시찰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방의회가 해외 주둔군을 방문해야 예산 심사 및 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일군은 대 이슬람국가(IS) 전쟁을 지원하는 나토 공중조기경보통제(AWACS) 인력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나토 작전 자체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독일과 터키의 충돌은 나토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포스트 IS’ 중동질서를 둘러싼 서구와 터키의 입장 차가 엿보이기도 한다.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은 IS 격퇴를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에서 쿠르드 민병대와 적극 협력하고 있지만 신생 쿠르드 민족국가의 등장을 극도로 경계하는 터키는 PKK와 쿠르드 민병대를 한 묶음으로 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특히 독일을 가리켜 “터키에 적대적인 테러리스트를 보호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쿠데타 진압 이후 서구와 불편한 관계가 된 터키가 나토의 ‘주적’인 러시아 및 이란과 적극적으로 관계개선에 나서는 등 외교적으로 ‘독자 노선’을 걸을 조짐도 보인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5일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 ‘트라이엄프’의 터키 공급에 관한 문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터키의 러시아제 무기 구매 결정은 최근 미국, 독일 등 나토 회원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구매가 현실화할 경우 양측관계가 한층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 가장 불안한 건 러시아의 위협을 눈앞에 둔 동유럽 국가들이다. 리나스 린케비치우스 리투아니아 외교장관은 “수십년간 안보를 지켜 온 체제를 갈등 때문에 무너트릴 수 없지 않느냐”며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국제앰네스티 소속 인권운동가들이 20일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앞에서 터키에서 체포되어 수감된 독일 일간지 디벨트의 데니츠 위첼 특파원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마=AFP 연합뉴스
국제앰네스티 소속 인권운동가들이 20일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앞에서 터키에서 체포되어 수감된 독일 일간지 디벨트의 데니츠 위첼 특파원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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