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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2년전 악몽 떠올라” 해고 두려운 경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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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2년전 악몽 떠올라” 해고 두려운 경비노동자

입력
2017.07.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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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노동자. 뉴시스
경비 노동자. 뉴시스

서울 도봉구 D아파트에서 3년째 경비노동자로 일하는 장모(67)씨는 요즘 아침 퇴근할 때면 눈을 질끈 감고 기도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계속 출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대부분. 언제 어느 때 해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좌불안석이다. 자동차 에어컨 부품 생산공장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경비노동자가 됐다는 그는 “최근 3년이 공장에서 일할 때보다 더 힘들고 불안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장씨의 불안은 15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면서 배가 됐다. 시간당 임금이 올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나 껑충 뛴 건데, 오른 임금만큼이나 해고될 가능성도 높아진 게 아니냐는 걱정이 들어서다. 그는 “아파트 입주민회에서 해고 얘기를 꺼낼 것 같아 매일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면서 정씨 같은 경비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당장 임금이 오른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로 인해 인건비를 줄이겠다면서 경비노동자들 해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2015년에 겪어야 했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당시 경비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의 90% 정도 임금이 주어지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노동계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요구로 2015년부터는 최저임금을 전액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저임금 자체 인상(5,210원→5,580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20% 가까이 오른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었다.

하지만 경비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의 기쁨보다는 대부분 해고 위기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실제 2014년 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전국 322개 단지 소속 경비노동자 조합원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7.5% 단지에서 경비원 ‘해고’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고 결정을 한 아파트 평균 감원비율은 32.5%로 경비노동자 세 명 중 한 명이 해고를 당한 것이다. 한국경비협회는 2015년 한 해 동안 약 2만명의 경비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비노동자 시간당 최저임금 변화
경비노동자 시간당 최저임금 변화

당장 해고가 이뤄지지 않은 곳에서는 근로 환경이 더 나빠졌다. 서류상 돈을 줘야 하는 근무시간을 줄이고 무급 휴게시간을 늘리면서 임금 상승 효과를 차단하는 ‘꼼수’가 등장한 것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6년 서울 지역 경비노동자 455명에게 물어본 결과, ‘무급 휴게시간’이 늘어난 경우가 무려 46.4%에 달했다. 서류상으로만 쉬는 시간일 뿐, 실제로는 근무를 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런 기억 탓에 경비노동자들은 내년에 닥쳐 올 상황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비노동자들이 주로 찾는 노원노동복지센터에는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해고 안 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등의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평소 하루 10명 남짓이던 상담인원도 50명 정도에 달한다는 게 센터 쪽 얘기다. 경비노동자 박모(68)씨는 24일 “하던 일을 하면서 최저임금이 오른 대로 받는 건 너무 당연하다“면서도 “우리는 당연한 것인데도 해고당할까 봐, 돈을 제대로 못 받을까 봐 뜬 눈으로 밤을 지샌다. 이런 걱정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경비실 풍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비실 풍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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