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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학 믿고 떠났는데... 엉망진창 해외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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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학 믿고 떠났는데... 엉망진창 해외연수

입력
2017.07.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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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주부터 체험행사 취소

숙소에 달랑 선풍기 한대

성희롱 피해 호소엔 뒷짐

출발 직전 비용도 올려

지방의 한 대학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해외어학연수 프로그램으로 학부모와 학생들 공분을 사고 있다. 계획됐던 행사를 갑자기 취소하는가 하면, 형편 없는 숙소를 제공하면서도 비용은 출발 직전 갑자기 인상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수준 이하 운영으로 “믿었던 학교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A대 학생들과 학부모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 1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한 달 동안 일본 남동부 아시야(芦屋)시 Y대로 단기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처음 마련된 것으로 평일 오전에는 대학에서 일본어수업을 듣고, 주 2회 정도는 현지 문화체험을 하도록 계획을 잡아놨다. ‘여름방학 동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다’는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꽤나 높아, 학교 측은 여러 심사를 거쳐 재학생 10명을 뽑았다.

그러나 막상 현지에 도착하자 당황스러움이 연속됐다. 첫 주 예정돼 있던 문화체험 두 개는 모두 취소됐고, 2주 차 맥주공장 견학은 현지 인솔을 맡은 Y대 교수가 갑자기 “너희끼리 다녀오라”고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A대 역시 “(해당 교수들이) ‘봉사’ 차원에서 하는 것이니 (취소 등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학생들이 한 달간 지내야 할 숙소도 난감했다. Y대 기숙사가 아닌 일반 건물에서 머물게 됐는데 참가 학생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복층을 남녀가 함께 쓰는 “사실상 혼숙”인 데다, 1층과 2층 사이는 물론이고 방에도 잠금 장치가 없었다.

한창 여름인데도 에어컨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창문을 열어 놓으면 될 텐데, 방충망도 없어 30도가 훌쩍 넘는 찜통더위에 선풍기 한 대로 지내야 했다. 학생들 불만에 A대 인솔 교수는 “더운 것도 추억”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다. 계속된 불만에 에어컨은 연수 일정의 반이 지나고 나서야 설치가 됐다.

현지 일본인들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마사지 해달라”고 하는 등 현지 남성의 위협이 있었지만 대학 쪽에서는 “무시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무책임하다”는 항의가 이어지자 그제서야 건물 관리실에 협조를 요청했다. 한 학부모는 “후쿠오카 민박 성폭행이 일어나는 등 흉흉한 세상에 말이 되느냐”며 “당장 아이들을 데려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분을 삭히지 못했다.

연수비용도 문제였다. 학생 선발 당시 200만원(학교측 부담 100만원+학생 개별 부담 100만원)이던 예상금액은 출발 직전 갑자기 26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비용 부담을 느낀 학생 4명은 연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생은 “선발 면접에서 ‘비용이 오른다’는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했다. 추가 비용 관련 학부모 항의가 접수되자 학교 측은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비싼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 학부모는 “낮은 가격으로 학생들 끌어 모으고, 현지 교수 봉사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다 프로그램 자체도 허술해졌다”며 “고생하는 아이들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A대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처음 진행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단체대화방을 통해 학생들 의견을 꾸준히 들어왔다”며 “에어컨 설치 등 일부는 시정됐고, 남은 기간 학생들이 문제 제기한 부분에 대해 개선안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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