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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증세 먼저” vs “보편증세 병행” 소득세 인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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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증세 먼저” vs “보편증세 병행” 소득세 인상 논쟁

입력
2017.07.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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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저항 고려 땐 보편증세 시기상조”

“핀셋 증세로는 소득 재분배 제한적

47% 달하는 면세자 축소해야” 팽팽

청와대와 여당의 주도로 초고소득자에 대한 이른바 ‘부자 증세’가 추진되면서 소득세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도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이왕 소득세를 손 볼 바에야, 부자 증세와 더불어 왜곡된 소득세 체계도 손질해 넓은 세원을 확보하는 ‘보편 증세’를 추구해야 한다는 이상론과, 가계소득 양극화 구조나 조세저항 등을 고려할 때 지금 단계에서는 ‘선(先) 부자증세→후(後) 보편증세’가 적절하다는 현실론이 강하게 맞붙고 있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과세표준 5억원을 넘는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2%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작년 말 세법 개정으로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을 기존 38%에서 40%로 인상한 지 1년 만에 재차 부자 증세에 나서는 셈이다.

최근 국민의 85% 가량이 대기업ㆍ고소득자에 대한 증세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부자 증세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실제 추가 세금을 부담할 초고소득자가 최근 5년간 2배 가량 늘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과표 5억원 초과 종합소득자는 2009년 8,927명에서 2014년 1만7,396명으로, 총급여 5억원 초과 근로소득자는 같은 기간 4,108명에서 7,433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일반가계의 소득 정체 속에 매년 고소득자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부자 증세를 통한 소득재분배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자증세의 ‘각론’에선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린다. 소득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높일 방법으로는 크게 소득세의 누진구조를 강화하거나, 전반적으로 세원을 넓히는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반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에는 증세가 전혀 없다”는 언급처럼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은 ‘누진구조 강화’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최고세율 인상(누진구조 강화)과 보편증세(세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부자증세-보편증세 병행론’의 근거는 이른바 ‘핀셋 증세’만으론 실질적인 소득재분배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4년 기준 세전ㆍ세후 지니계수(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 개선율은 11.4%로, 조사대상 33개국 중 31위에 그치고 있다. 조세제도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미다.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이 40%로 OECD 평균(35.8%)보다 높은데도 재분배 기능이 취약한 이유는 근로소득세 면세자가 전체 근로자의 절반(2015년 기준 46.5%)에 육박해 절대적인 소득세수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수 비중은 2013년 기준 3.7%로 OECD 평균(8.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리하자면, ‘근로자 총급여(2014년 기준 약 534조원)의 47%에 달하는 각종 소득공제(251조원)→근로소득세 면세자 증가→소득세수 정체→복지정책 등 재정여력 감소’로 이어지는 고리가 존재하는 셈이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세수 체계는 상위 5% 소득자가 전체 소득세수의 65%를 부담하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면세자 축소 등 과세체계 전반을 개선해 소득세수 규모를 확대하지 않는 이상 재분배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남 교수는 ‘과표 10억원 초과, 최고세율 45%’ 구간을 신설해 누진구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면세자 비중도 줄여 세원기반을 넓히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연 5,500만원 이하 소득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제도를 편파적으로 설계하며 기존 30%대의 면세자 비중이 47%까지 대폭 늘었는데 이를 서둘러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보편증세 원칙도 중요하지만 조세저항, 소득 양극화 등을 고려할 때 지금 단계에서는 시기상조’라는 현실론이다. 이들은 ‘선 부자증세→후 보편증세’의 방법론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이 높은 근본적인 이유는 근로소득자 절반이 연 소득 2,000만원 이하에 머무는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라며 “현행 비과세ㆍ감면 제도가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일정 부분 보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급진적인 소득세 과세체계 개편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현실론에 힘을 보탰다. 그는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세제개편이나 담뱃세 인상 때마다 국민의 조세저항이 거셌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소득주도성장 등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면세점 이상으로 올라오게 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부자증세를 시작으로 증세 대상을 ‘초고소득층→고소득층→중산층→중하위층’ 식으로 확대하는 노력도 중장기적으로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국가별 소득세수 비중
국가별 소득세수 비중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 입구의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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