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체형이어도 고혈압ㆍ당뇨병 전단계라면 비만인보다 심방세동 위험 27%↑
뚱뚱한 사람이 덜 위험하다는 ‘비만의 역설’이 심방세동(心房細動) 환자에서도 나왔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일부인 심방이 분당 400~600회 정도로 무질서하게 뛰면서 맥박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불규칙한 맥박) 질환이다.
정보영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ㆍ박준범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정상체형이라도 고혈압과 당뇨병 전(前)단계라면 비만체형보다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27%나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는 비만인이 고혈압과 당뇨병에 더 취약해 연관질환인 심방세동 발병률이 높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연구다. 연구결과는 ‘유럽심장학회지’에 ‘건강한 아시아인에서 전고혈압 및 내당성의 심방세동 유발’의 제목으로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2003~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검진받은 41만여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심방세동은 포함한 심혈관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없는 건강한 20세 이상 검진자 22만7,102명의 심방세동 발병유무를 2013년까지 추적ㆍ조사했다.
연구팀은 심방세동 발병 위험 요소 가운데 대표적인 선행 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에 주목하고 정상체형과 비만체형자에 있어 두 질환 위험률을 분석했다. 이때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한 질병단계가 아닌 두 질환의 전단계를 분석함으로써 심방세동 환자를 줄이고 예방 가능성 여부를 알고자 했다.
사용된 고혈압 전단계 기준은 수축기 120~139㎜Hg, 이완기 80~89㎜Hg(정상단계 수축기 120㎜Hg 미만, 이완기 80㎜Hg 미만), 당뇨병 전단계는 우리 몸이 포도당을 적절히 처리하기 못하는 공복혈당장애 기준인 100~125㎎/㎗(정상치 100㎎/㎗미만)을 인용했다.
분석 결과, 체질량지수(BMI) 25 이하의 정상 체형군이 비만군보다 심방세동 발병률이 더 높았다. 연구팀은 BMI 25 이하인 정상체형군이 25 이상 비만체형군보다 고혈압 전단계라면 심방세동 발병 위험율이 11%가 높아지는 것을 알아냈다.
또 공복혈당장애라면 정상체형군의 비만체형보다 심박세동 발병 위험률이 16%나 높아졌다. 특히 고혈압 전단계와 공복혈당장애를 동반하면 심방세동 발병률은 비만체형군보다 27%나 올라갔다.
정 교수는 “서양인보다 비만인구가 적은 동양인에게서 심방세동 발병 증가 원인을 알기 위해 BMI 기준으로 여러 위험요소를 분석했다”며 “사망률도 적정체형군이 고혈압 전단계와 공복혈당장애를 동반하면 심혈관질환 발병ㆍ사망률이 비만체형군보다 높아졌다”고 했다.
박 교수도 “이번 연구결과 적정체형군에서 고혈압 전단계나 공복혈당장애, 내당능장애 등 당뇨병 전단계로 판정되면 심방세동 위험군으로 보고, 적극적인 생활개선과 필요에 따른 전문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밝힌 연구결과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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