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ㆍ치유재단 김태현 이사장 돌연 사의
외교부, 외교적 파장 고려 재단 유지 입장 밝혔지만
위안부합의 유지 불투명해 재단도 식물인간 전망
2015년 12월 한일 간 위안부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ㆍ치유재단(일명 ‘위안부 재단’)의 김태현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위안부 재단도 사실상 간판만 유지한 식물기관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김태현 이사장은 19일 재단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으며, 재단은 김 이사장을 곧 사직 처리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위안부합의에 대한 반발 여론으로 최근까지 상당한 심적 고통을 겪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재단 출범식 직후 위안부합의를 반대하는 한 시민으로부터 캡사이신 최루액을 맞고 병원에 실려가는가 하면 일본 정부 출연금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과정에서 재단측이 피해자들을 회유했다는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 이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재단이 결국 해체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위안부합의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한일 간 위안부합의의 산물인 재단 활동이 급속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 외 10명의 이사 가운데 2명은 이미 올 초에 사임했으며, 향후 이사직을 사퇴하는 인원도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부는 다만 당분간 재단 해체는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위안부합의와 관련된 정부 입장을 검토 중에 있다"며 "검토가 끝날 때까지는 재단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재단 해체에 따른 외교적 파장을 의식한 자구책에 불과한 측면이 크다. 일본 정부 출연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게 재단의 중요한 역할이었던 만큼 재단 해체는 사실상 위안부합의 파기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위안부합의 파기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재단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가부 관계자도 "재단 해체는 위안부합의 파기로 보일 수 있다"며 "재단 존립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공식 해임되면 새로운 이사장을 인선해야 한다. 하지만 위안부합의에 대한 국내 반발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후임 인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별도로 후임 인선을 하지 않고 기존 이사진 중 연장자인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장이 이사장 직무를 대리하는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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