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29ㆍ한화)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최종일 8언더파를 몰아치며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인경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몰아쳐 8언더파 63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를 친 김인경은 2위 렉시 톰프슨(22ㆍ미국)을 4타 차로 멀찌감치 따돌렸다.
올해 LPGA투어는 이번 대회 전까지 19 대회를 치르는 동안 18개 대회에서 각기 다른 우승자가 배출되는 등 혼전 양상이 펼쳐졌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ㆍ메디힐)만이 ANA 인스퍼레이션과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을 제패해 유일한 다승자로 남았었다. 하지만 김인경이 숍라이트 클래식에 이어, 이날 마라톤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라 유소연과 나란히 2승씩을 챙겼다. 이로써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투어 20개 대회에서 10승을 쓸어 담는 저력을 과시했다. 유소연과 김인경, 장하나(ISPS 한다 호주 여자 오픈), 양희영(혼다 LPGA 타일랜드), 박인비(HSBC 위민스 챔피언스), 이미림(KIA 클래식), 김세영(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박성현(US 여자 오픈)이 50% 승률을 합작했다.
특히 1984년 창설된 이 대회는 한국 선수에게 11번이나 우승컵을 내줬다.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2015년에는 최운정(27ㆍ볼빅)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고 2014ㆍ2016년 이 대회 정상에 오른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0)까지 포함하면 최근 4년 연속 한국계가 이 타이틀을 독식했다.
김인경은 이날 4라운드를 시작할 때 넬리 코르다(19ㆍ한화)에게 2타 뒤진 2위였지만 초반 4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으며 코르다를 제쳤다. 이후 7~9번 연속 버디를 잡으며 독주를 시작했다. 14번 홀을 마친 뒤 기상악화로 인해 경기가 1시간여 중단되기도 했지만 김인경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15~16번 홀 연속 버디로 달아났다.
2007년에 LPGA투어에 진출한 김인경은 이듬해인 2008년에 롱 드럭스 챌린지에서 생애 첫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2009년 스테이트 팜 클래식,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등 매년 1승씩을 거뒀다. 하지만 2012년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재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30㎝ 파 퍼트를 놓치면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이후 김인경은 퍼트 입스(Yipsㆍ공포증)를 앓으며 한 동안 필드를 떠나 있기도 했다.
이런 김인경을 예전의 기량으로 돌려 놓은 것은 특유의 ‘쿨함’이다. 그는 이날 8언더파를 몰아친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도 답을 알면 좋겠다. 정말 모르겠다”고 웃어 보일 뿐이었다. 지난 달 숍라이트클래식 우승 당시에도 “어차피 호랑이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14번 홀을 마치고 경기가 중단된 상황에서도 김인경은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봤다고 한다. 그는 우승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스포츠에서 정신력 싸움은 아주 재미있다. 수년간 운동을 하며 깨달은 것은 내가 누구인지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러한 무심함을 바탕으로 김인경은 최근 10개월 동안 3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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