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불확실성 등에 약 달러
어제도 4.2원 내린 1114원 기록
오늘 FOMC 자산 축소 여부 주목
이달 들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이 24일 1,110원대 초반까지 주저앉으며 어느새 연중 최저점에 근접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다소 옅어지면서 달러화가 맥을 추지 못하자 원화가 덩달아 강세를 보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100원선까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2원 떨어진 1,114.0원에 거래를 마쳐 올 들어 환율이 가장 낮았던 지난 3월28일(종가 1,113.0원)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6일만 해도 1,157.5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불과 11거래일만에 달러당 43.5원이나 급락했다.
최근 환율 하락(원화 강세)은 미 달러화 약세의 영향이 크다. 유로ㆍ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1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93.67로 마감해 작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효과로 작년 12월20일 103.28까지 올랐으나 올 들어 5월 이후 약세가 계속되며 연초 이후 10% 가까이 추락했다.
‘트럼프케어(미국의 새 건강보험법)’가 상원 문턱을 넘는데 또 다시 실패하면서 규제완화, 세제개편 등으로 그간 투자심리를 부추겼던 다른 트럼프노믹스 정책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달러화 약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미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 가족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과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사임한 상황도 달러화 하락에 압력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등 연준 주요 인사들이 생각보다 낮은 물가 수준을 근거로 ‘비둘기파(통화 완화)’적 태도를 보인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올 가을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시사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달러화가 힘을 잃는데 영향을 미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와 끊임없는 스캔들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원ㆍ달러 환율에 상방 경직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달러당 1,100원~1,110원 사이에서 등락할 걸로 점치고 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추가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연저점 부근까지 떨어진 만큼 1,100원선에서 바닥을 다지고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25~26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보유자산 축소 계획에 대한 신호가 나올지 여부가 변수” 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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