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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메달 실패에도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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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메달 실패에도 절반의 성공

입력
2017.07.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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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1년 전과 같은 실패는 없었다. 박태환(28·인천시청)이 주종목 자유형 400m에서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빛나는 레이스를 펼쳤다.

박태환은 24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4초38로 터치패드를 찍어 4위를 기록했다. 1위는 쑨양(중국·3분41초38)이 차지하며 대회 3연패를 일궈냈고,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맥 호튼(호주·3분43초85)이 은메달을 따냈다. 동메달은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3분43초93)에게 돌아갔다.

첫 50m 구간을 2위(25초82)로 통과한 박태환은 100m구간까지 54초04로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이후 바로 옆 레인의 쑨양이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고, 박태환은 페이스 조절에 고전하다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마지막까지 힘을 짜냈지만 3위에 0.45초 밀려 메달권 진입이 좌절됐다.

그럼에도 박태환이 거둔 성과는 분명하다. 다시 정상에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쏘아 올렸다. 자신을 향한 의심의 시선도 지워냈다.

박태환은 2015년 1월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FINA로부터 18개월의 자격 정지를 받았다. 2016년 3월 징계가 해제됐지만, 대한체육회는 FINA의 징계를 이유로 박태환의 국가대표 선발을 거부했다. 박태환은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 끝에 리우행 티켓을 겨우 따냈다. 긴 싸움이 계속되면서 박태환은 지쳤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고, 오랜만에 나선 국제무대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8월 열린 리우 올림픽에서 출전한 전 종목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 들었다. 수영 선수로 이미 '노장'의 나이가 된 박태환의 부활을 기대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물살을 갈랐다. 지난해 10월 전국체전을 시작으로 11월 아시아선수권대회, 12월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며 건재함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접전을 벌이며 다시 한 번 박태환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불과 1년 전 전종목 예선탈락을 당했던 선수로 볼 수 없는 역영이었다.

박태환의 성장을 지켜봤던 스승들도 그의 부활 레이스에 힘껏 박수를 보냈다. 2007년 호주 멜버른 대회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낼 때 박태환을 지도했던 박석기 전 대표팀 감독은 "2007년의 페이스를 회복하는 듯 해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함께 만든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도 "여러 상처를 딛고 도전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제자의 레이스를 평가했다. 자유형 200m와 자유형 1,500m도 남겨둔 박태환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박 전 감독은 "의욕이 앞서 초반에 페이스가 지나치면 후반에 데미지가 있다"며 "박태환도 점점 몸이 기억하는 레이스를 찾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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