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단기 성과 집착 부작용”
성과급 첫해는 최대 60%만 주고
나머지는 3년 걸쳐 균등 지급
4년 내 손실 발생땐 차감ㆍ환수
임기 내 단기 성과에 치중하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아 온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고액 성과급 지급 관행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익을 내더라도 성과급은 4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고, 손실을 내면 성과급을 깎거나 환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오는 9월부터 시행한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를 설계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단기 성과 중심의 고액 성과급 지급 관행 타파’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시행령은 집행임원과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에 대해 성과급의 ‘일정 비율’을 3년 이상에 걸쳐 이연 지급하라고만 규정됐다. 금융당국을 이를 구체화해 성과가 발생한 해당 연도에는 성과급의 최대 60%만 주고, 나머지 40%는 이듬해부터 3년에 걸쳐 균등하게 지급하도록 했다.
회장ㆍ행장의 총급여 한도를 사실상 20억원으로 묶고 단기 성과급을 총 급여의 5분의 1로 제한한 은행권의 사례를 다른 업권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실제 금융회사들의 2016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지난해 성과급 21억6,000만원을 포함해 26억8,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성과급이 전체 연봉의 80%를 웃돌았다. 윤경은 KB증권 사장도 보수총액 27억200만원 가운데 성과급 비중만 74.0%(20억원)에 달하는 등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 상당수가 보수 중 성과급 비중이 50%를 웃돌았다. 은행, 보험, 카드업계 CEO들의 성과급 비중도 40%대를 훌쩍 넘는 경우도 즐비했다.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해도 CEO들이 금전적 책임을 지지 않던 이른바 ‘먹튀’ 관행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성과급 지급 비율과 같은 비율로 손실액을 책임지도록 감독규정을 개정하기로 하고 금융권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성과급 이연 지급 기간인 4년 안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성과급을 차감하고, 손실이 커 성과급 차감만으로 메울 수 없는 경우에는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성과급 이연 지급과 차감ㆍ환수 규정은 미국ㆍ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선 이미 도입돼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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