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생긴 외모와 빼어난 실력으로 프로농구 코트를 주름잡았던 이승준(39ㆍ205㎝)이 은퇴 후 제2의 농구 인생을 열고 2020 도쿄 올림픽 출전 꿈을 키우고 있다.
이승준은 최근 태극마크를 달고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3대3 농구월드컵에 출전했다. 이 대회에서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사상 첫 승을 따내기도 했다. 이승준은 농구 월드컵 후 아직 저변이 취약한 국내 3대3 농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한국 3대3 농구연맹이 프로리그 출범 준비를 앞두고 개최한 ‘더 비기닝 오브 코리아 3대3 대회’에 출전했다
이승준은 “1년 전만 해도 농구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며 “각종 국제 대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새로운 꿈도 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기하게도 3대3 농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되더라”면서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주한 미군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승준은 프로농구 2007~08시즌 울산 모비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처음 한국 무대를 밟았다. 이후 KBL의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로 2009년 서울 삼성에 입단했고, 동생 이동준과 함께 프로농구 대표 혼혈 선수로 활약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획득에 공헌하는 등 대표팀으로도 활약했다.
이승준의 농구 인생은 지난해 5월에 끝나는 듯했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기량이 눈에 띄게 줄어 소속팀 서울 SK와 재계약 하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 후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던 이승준은 모비스 시절 알고 지냈던 전 프로농구 선수 최고봉의 제의로 3대3 농구를 시작했다. 그는 남궁준수, 신윤하 등과 의기투합해 팀을 만들어 훈련에 나섰다.
그러나 3대3 농구는 동호인 농구로 활성화 돼 있어 실력을 갖춘 연습 상대를 만나기도 힘들었다. 때문에 주한 미군에 실력이 좋은 3대3 농구팀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미군 부대(평택ㆍ오산)를 찾아가 연습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이승준은 “지금 농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아내가 반대하겠지만 사실 죽을 때까지 농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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