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 처벌 두려워 극단 선택한 듯
“공안, 은거지 노려 마구잡이 검거”
중국 공안에게 체포된 탈북자 가족 5명이 최근 북송 도중 음독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외신과 탈북자 단체 등에 따르면, 이달 중순쯤 한국으로 가기 위해 제3국으로 향하던 탈북자 일가족 5명이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에서 공안에 의해 체포됐고 북한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소지하고 있던 청산가리를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의 조선족 소식통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노동당 간부였던 남성과 그의 부인, 자식 3남매 등으로 이뤄진 일가족은 이달 초 강을 건너 탈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조선족 소식통도 이 매체에 “15일 제3국으로 향하던 탈북자 17명이 윈난성 쿤밍에서 체포됐다”며 “이 중에는 북한 고위 간부 일가족 5명도 있었는데 그들 모두 자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탈북자들이 주로 숨어사는 동북 3성, 동남아와 연결된 윈난성 등의 열차역 또는 주요 길목을 공안 검열대가 지키고 있다가 탈북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체포하고 있다”며 현지 조선족도 탈북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중국 당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탈북자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 압송되면 처형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는 등 가혹하게 처벌되는데 이런 예상에 따른 비관이 극단적 선택의 배경일 것이라는 게 국내 탈북자들의 짐작이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한국행을 희망하는 탈북민들을 신속ㆍ안전하게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탈북민 관련 사항은 신변 안전과 관련국과의 외교 문제 등을 감안해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