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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처음 겪는 성장통, ‘군주’로 많이 배웠다”(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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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처음 겪는 성장통, ‘군주’로 많이 배웠다”(인터뷰①)

입력
2017.07.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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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이 '군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이더스HQ 제공
김소현이 '군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이더스HQ 제공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군주’는 조선시대에 물을 사유화하는 민간 조직과 이에 대립하는 왕의 이야기였다. 여기에 동명이인의 왕과 천민이 서로 신분이 바뀌는데다가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는 것까지, 이런 흥미로운 소재에 배우 김소현-유승호 등의 훌륭한 연기가 더해져 방영하는 동안 동시간대 드라마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결과는 드라마의 개연성이나 캐릭터에 대한 매력보다는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군주’는 작품 자체에 대한 호평을 받지 못했다. 이에 극을 이끌었던 김소현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검열했다. 김소현은 장면 하나 하나를 분석하며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털어놓으면서도 “혹시나 작가님이 상처받으실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소현은 “나는 사극에 대한 내공이 많진 않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그런 상황에서도 배우는 어떻게든 표현을 하고 연기를 해야 한다. 가은(김소현 분)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는 확실히 해야 했는데, 내가 표현하는데 한계를 느끼다보니까 나 스스로도 답답하고 아쉬움이 느껴졌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점도 있었고, 여러 모로 이번 기회에 많은 걸 배우게 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김소현은 유독 사극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듣는 배우다. 동그란 얼굴에 어린 나이에도 가지고 있는 단아함이 그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동안 ‘해를 품은 달’ ‘옥탑방 왕세자’ ‘도깨비’, 영화 ‘덕혜옹주’ 등 수많은 사극에서 아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또 한 번 사극을 택한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던 그가 “사극에 대한 내공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소현은 “유승호는 사극을 엄청 많이 했다. 나는 거기에 비할 데가 아니다”라며 “예전엔 아역이었기 때문에 길게 끌고 간 적이 없었다. 거기에 ‘군주’는 20부작이나 되기 때문에 부담감이 더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표정 연기 같은 세심한 것에 신경 쓰는 편인데, 이번처럼 울부짖는다든가 증오하는 감정을 터트리는 신은 처음이라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김소현은 “성장통을 겪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꼭 이 작품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성장통은 처음이었다. 나 스스로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꼈다. 연기하는 내가 확신이 안 서면서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극중 가은은 아버지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대목(허준호 분)의 명령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진 세자(유승호 분)에 대한 복수심을 키운다. 이런 가은이로 인해 세자가 위험에 빠지는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고, 덕분에 시청자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 김소현은 “가은이가 복수를 꿈꾸면서 일을 진행해 나간다. 하지만 진짜 원인을 다른 인물도 알고, 시청자까지 아는 상황에서 가은이 혼자만 모른다. 이런 답답한 상황이 길어지면서 왕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감정 자체도 상황도 내게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작가 역시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고, 김소현에게 장면을 설명했다고 한다. 김소현은 “가은이 캐릭터가 무너지면 가은이를 사랑하는 세자와 주위 사람들까지 영향을 줄 것 같았다. 다만 작가님은 여주인공이 위험에 빠지면 남자 주인공이 한 번에 움직일 수 있으니까 그 부분이 재밌을 것이라고 말해주셨다”고 말하면서 “작가님도 종방연 때 배우만큼 우셨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서 나도 작가님과 함께 울었다.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소현이 '군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이더스HQ 제공
김소현이 '군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이더스HQ 제공

이선(엘 분)은 천민에서 왕으로, 세자(유승호 분)는 왕에서 보부상 두령이 됐다. 가은 역시 양반가 아가씨에서 역적의 딸이 됐다가 궁녀가 되며 다양한 신분을 연기해야 했는데, 궁녀가 되는 것은 나중에 추가된 부분이었다.

김소현은 “사실 처음에 궁녀가 된다는 설정은 없었다. 대본에 궁녀가 된다는 게 새로 생겼을 때부터 역할을 이해하는데 더 힘을 썼던 것 같다. 궁녀가 된다는 것은 왕의 여자가 되겠다는 말이다. 조선시대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생각 아닌가. 궁녀가 된다면 확실한 행동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은 주인공이 너무 부족한 게 없으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된다고 하셨다. 부족한 점이 있어야 시청자도 동정을 느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사실 왕도 대목에게 휘둘리는 판에 가은이가 궁녀가 됐다고 해서 뭘 할 수 있겠나.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갔다”고 이야기 했다.

물론 김소현이 많은 작품 중에 ‘군주’를 선택한 이유는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에 대해 김소현은 “처음에는 박혜진 작가님이 쓴 시놉시스만 봤는데 인물 4명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서브 캐릭터들도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 4명 각각의 사연들과 매력이 굉장히 강했다. 주체적인 네 명의 인물들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소현이 맡은 가은은 마을 사람들과 황무지를 개간하는데 앞장서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등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김소현은 “자기 말 할 줄 알고 당찬 면은 나와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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