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삶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구글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인터넷과 이메일을 이용하는 사람의 80%가 구글을 찾는다. 구글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9세기 록펠러, 카네기, 에디슨이 석유, 철강, 전기를 이용해 제국을 건설한 것과 견줄 만하다. 구글은 데이터란 에너지를 이용해 디지털 제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사업가와 혁신가들은 19세기 전임자들과는 사고방식부터 다르다.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단순히 비즈니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면 겁내지 않고 뛰어든다. 구글의 창업자이자 모회사 알파벳의 최고경영자 래리 페이지의 생각에서 이런 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페이지는 “우리의 임무는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해 모든 사람이 접근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되려면 거대한 야망이 필수적이며 그렇지 않다면 대기업이 될 자격이 없다” 라고 단언하고 있다.
구글은 자신들의 행보가 인류의 발전을 위한 것임을 확신하며 우리 생각보다 훨씬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리겠다’는 문샷의 꿈을 품고 있다. 자율주행차, 인터넷중계기 풍선, 생명 연장 프로그램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렇다고 구글이 이상에만 매달리는 건 아니다. 페이지는 간부들에게 ‘10%보다 10배 향상시키는 게 더 쉽다’는 개념의 10X 원리를 끊임없이 주입시킨다. 전 세계에서 여전히 수백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현실을 바꾸려면 10년이 아니라 5년 안에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는 쪽으로 사고를 바꾸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런 문샷 프로젝트들을 위해 구글은 미래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사들이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연구원이 50명도 안 되는 작은 회사 딥마인드를 5억달러(6,000억원)나 주고 인수한 게 대표적 사례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철학이 바탕이다.
물론 구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구글의 시도를 의구심의 눈초리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중요한 건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기술 진보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당장 준비가 필요한 건 우리다. 우린 왜 구글과 같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을 탄생시키지 못하나.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와 인재 양성 방식에 문제는 없는 걸까. 기술 발전이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지금이라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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