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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ㆍ법인세 순차 인상’서 동시 증세로 한발 더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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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ㆍ법인세 순차 인상’서 동시 증세로 한발 더 나가

입력
2017.07.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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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5억 초과ㆍ과표 2000억 기업, ‘추미애 안’으로 추진 가능성

증세로 걷힌 세수 4조원 불과, 연간 세수증대액 24% 수준

“증세의 끝 아닌 시작” 지적도

문재인(왼쪽 두번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첫 날 회의에 참석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문재인(왼쪽 두번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첫 날 회의에 참석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증세와 관련 “이제는 확정해야 할 시기”라고 언급한 것은 고소득자 소득세와 대기업 법인세 세율을 올리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이 기획재정부에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한 만큼 다음달 초 기재부가 발표하는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소득ㆍ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안이 담기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소득ㆍ법인세를 동시에 건드릴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대선 후보 시절 밝혔던 ‘순차적 증세’에 비해 상당히 앞으로 나간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당내 경선과 4월 대선 본선 경선에서 “고소득자 소득세를 높이고 그 다음 고액상속 과세, 자본소득 과세,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먼저 시도한 다음 여론과 국회 상황을 봐 가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이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 밝히면서 기재부가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두 가지 증세 카드를 모두 빼 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일단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안인 ▦소득 5억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40→42%) ▦과세표준(과표) 2,000억원 이상 대기업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2→25%)이 세법개정안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상의 경우 문 대통령이 증세의 첫 단추로 줄곧 밝혀 왔고, 대상자(4만여명)가 적어 조세저항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그대로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인세의 경우 재계와 야당 등의 반대가 완강한 만큼 정부의 세법개정안 작업이나 국회 논의 과정을 거치며 일부 구간이나 세율이 조정될 확률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저항이 약한 소득세율 인상을 정부입법으로 하고, 반대가 강한 법인세율 인상을 의원입법으로 처리하는 ‘콤비 플레이’도 가능하다. 증세 문제는 상당한 수준의 증가폭이 예상되는 내년 예산안과 함께 9월 정기국회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중산층ㆍ서민ㆍ중소기업에 대한 증세는 없다”고 밝힌 만큼 소득ㆍ법인세의 전반적인 인상이나 부가가치세ㆍ경유세 등 간접세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 세금을 올리지 않으면 정부가 5년 동안 100대 국정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 178조원을 모두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임기 중ㆍ후반기에 ‘공약 이행이냐 보편적 증세냐’를 놓고 선택할 해야 할 시기가 오게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주요국 중 한국보다 부가세가 낮은 나라는 미국(없음), 일본(5%) 정도 뿐”이라며 “간접세 인상은 소득 재분배 문제가 있지만, 부가세 인상을 통해 만든 재원을 저소득층을 위해 쓴다면 소득 재분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등에 따르면 소득세 최고세율을 여당안대로 2%포인트 올릴 경우 연간 1조1,000억원 정도의 세금이 더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하는 것은 연간 2조7,000억원 정도의 세수 증대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고소득자ㆍ대기업 증세를 통해 4조원 가까운 세금을 추가로 거둘 수 있게 된다. 이는 정부가 178조원을 조달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연간 세수증대액(16조5,000억원)의 23.6%에 불과한 수준이다. 소득세ㆍ법인세 인상이 증세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이유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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