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제외 후폭풍
다른 어떤 비정규직보다 피해 커
“교육 이바지한 교사 능력 인정해야”
임용고시 거친 교사들 ‘역차별’ 우려
진입장벽 높아질까 수험생들도 반대
정부는 교육당국에 전환 여부 공 넘겨
정책 성공 위해 형평성 논란 해소해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5만명 가까운 기간제 교사들이 제외되면서 그 후폭풍이 만만찮다. 기간제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정규 교사와 같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대상 제외는 불합리하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정규 교사들은 ‘임용고시’라는 매우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 교단에 선 교사들에 대한 역차별을 막는 차원에서라도 이번 조치는 타당하다고 맞선다. 공을 넘겨 받은 교육당국은 몹시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간제 교사를 비롯해 전환 대상의 형평성 논란이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내놓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 강사 등 학교 비정규직을 대상에서 제외한 건 타 법령에서 계약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는 인력이라는 이유에서다. 4만6,000여명의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임용령, 8,000명 가량의 영어회화 등 강사의 경우 초ㆍ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데, 이들은 정규 교사의 휴직 등으로 발생하는 공석에 대해 매년 개별 학교와 임용계약을 맺는다.
문제는 기간제 교사는 그 어떤 다른 비정규직보다 현 정부가 방점을 찍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서 배제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1997년 기간제 교원제도 도입 이후 정규 교사와 똑 같은 업무를 수행해 왔는데도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또 호봉 차이로 임금 격차도 감수해야 한다. 방학에 월급을 주지 않기 위해 방학 직전 계약을 종료하고 개학 이후 다시 계약하는 일명 ‘쪼개기 계약’ 때문에 1년 근무 시 수령할 수 있는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장은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교사를 채용한다는 건 연속성이 중요한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다년 간의 경력을 가지고 교육에 이바지한 기간제 교사들의 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교직사회에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제외는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강력하다. 임용고시를 거친 교사들에 대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만약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임용 후 아직 발령을 받지 못한 대기자(5월 현재 4,399명)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매년 수십대 1의 경쟁을 뚫기 위해 공부하는 예비 교사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운다. 만약 기간제 교사들이 정규직이 되면 신규 임용 교원 수가 줄어들어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2년 째 영어과목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 박모(27)씨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임용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해마다 수만 명”이라며 “정정당당하게 시험을 통과하지 않고 정규직이 되려는 꼼수”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도 “기간제 교사들의 부당한 처우가 개선돼야 하지만 이들을 정규직화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며 “임용 체제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교육부와 지방교육청이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 후 전환 여부를 판단하라”는 단서 조항을 단 만큼 이제 공은 교육당국으로 넘어간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는 8월 중 심의위를 꾸려 기간제 교사를 포함한 학교 비정규직 전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절충점을 찾는 게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간제 교사 채용을 현행보다 엄격하게 제한하고 정교사 임용을 늘리는 등의 절충안 모색이 필요하다“며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현장 갈등을 부르지 않도록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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