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탄! 페널티킥 나오면 딱 한 개만 형한테 양보해. 그 다음부턴 다 차게 해줄 테니까.”
‘주장’ 염기훈(34)이 외쳤다. 현재 59골-95도움을 기록 중인 그는 프로축구 통산 5번째 ‘60(골)-60(도움) 클럽’ 가입에 득점 하나만 남겨놓고 있다. 조나탄(27)이 잘 알고 있다는 듯 “걱정 마시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요즘 프로축구의 ‘대세’는 수원 삼성 공격수 염기훈의 ‘왼발’과 조나탄의 ‘오른발’이다.
원래 임대 신분이었던 조나탄은 지난 달 수원과 3년 계약한 뒤 펄펄 날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해트트릭 한 번을 포함해 7골을 몰아넣었다. 지난 19일 전남전에서 터뜨린 환상적인 발리 슈팅은 큰 화제를 모았다. 각도가 거의 없는 곳에서 몸을 띄운 뒤 두 다리를 풍차처럼 회전해 꽂아 넣자 “인간 컴퍼스 같다”는 감탄이 나왔다. 조나탄은 올 시즌 16골로 득점 단독 선두인데 이 중 11골을 오른발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K리그에서 넣은 66골 중 75%가 넘는 50골이 오른발에서 나왔다.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ㆍ레알 마드리드)를 연상시키는 외모에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해 ‘수원 호날두’라 불린다. 수원 팬들은 여기에 또 다른 세계적인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ㆍ스웨덴)까지 합쳐 ‘호날두+즐라탄=조나탄’이라며 열광한다.
조나탄의 오른발은 염기훈의 왼발이 있어 더욱 빛이 난다.
염기훈은 ‘왼발의 마법사’다. 지금까지 프로에서 기록한 59골 중 41골이 왼발 슈팅이다.
그는 원래 왼발잡이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오른발이 자전거 체인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왼발을 쓰며 단련했다. 지금도 그의 오른 엄지발톱은 왼 엄지발톱의 절반 밖에 안 나 있다.
염기훈은 득점보다 패스가 더 뛰어난 ‘특급 도우미’다. 2015년(17개)과 2016년(15개) 연속 도움왕에 올랐고 올 시즌도 7도움으로 윤일록(25ㆍ서울ㆍ8도움)에 이어 도움 3위다. 30대 중반인데 나이가 들면서 킥은 더 예리해지고 있다.
조나탄과 염기훈의 협력 플레이는 올 시즌 더욱 좋아졌다.
지난해 여름 수원에 합류한 조나탄은 후반기에 10골을 넣었는데 염기훈 도움은 하나도 없었다. 염기훈의 크로스는 땅볼보다 공중볼이 많은데 조나탄은 땅볼을 선호하는 스타일이기 때문. 자존심 세고 예민한 조나탄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패스는 외면하기 일쑤였다.
‘주장’ 염기훈이 먼저 마음을 열었다. 올 겨울 훈련 때부터 수시로 조나탄과 소통하며 간극을 좁혔다. 올 시즌 조나탄이 넣은 16골 중 4개를 염기훈이 도왔는데 모두 공중 패스였다. 수원 최원창 홍보팀장은 “우리 구단을 거친 스테보, 정대세를 비롯해 지금 있는 산토스 모두 염기훈의 맞춤형 패스 덕에 대표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조나탄도 마찬가지다”라며 “조나탄도 염기훈의 공중 패스를 따내기 위해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기훈과 조나탄의 합성어인 ‘염나탄’은 승리의 아이콘이다. 올 시즌 초반 11위까지 떨어졌던 수원은 둘의 시너지에 힘입어 최근 4연승을 달리며 3위까지 뛰어올랐다.
염기훈은 2년여 만에 대표 발탁까지 꿈꾸고 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47)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라면 나이는 문제가 안 된다”며 대대적인 변화를 천명했다. 염기훈이 승선 1순위로 꼽힌다. 또한 조나탄에 대해서는 “귀화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낮다. 조나탄은 일반귀화 요건을 갖추지 못해 특별귀화를 해야 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귀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건 팬들이 조나탄 같은 화끈한 공격수에 목마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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