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디오픈)이 열린 영국 사우스포트 로열버크데일 골프장. 21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한 1라운드에서 세계랭킹 4위 로리 매킬로이(28ㆍ북아일랜드)가 6번 홀에 들어섰다. 이날따라 유독 긴장돼 보였고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었다. 이미 앞선 5개의 홀에서 보기 4개를 쏟아낸 터였다. 보다 못 한 캐디 JP 피츠제럴드가 소리쳤다.
“너는 매킬로이야, 젠장 정신차려!”
영국 매체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매킬로이는 캐디의 호통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당황한 그는 일단 “뭘 어쩌라고”라며 받아 쳤지만 이후 “캐디의 발언이 도움이 됐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일깨워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후 매킬로이는 6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지만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전반 남은 홀 3개를 파로 막았고 후반에는 버디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11번, 15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상승세를 탔고 마지막 17~18번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합계 1오버파로 홀을 빠져 나왔다. 선두그룹에 6타 뒤진 공동 58위에 머물렀지만, 캐디의 일침이 없었더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이다.
그는 US오픈을 포함한 최근 4개 대회에 참가해 3번 컷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해 PGA투어와 유럽프로골프(EPGA)투어에서 총 3승을 거둬 랭킹 2위까지 올랐지만, 올 시즌에는 우승을 추가하지 못해 4위로 떨어졌다. 때문에 그는 18일 PGA가 발표한 디오픈 우승후보 리스트에 아예 이름도 올리지 못하는 굴욕까지 겪어야 했다.

매킬로이는 이날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캐디의 호통이) 나의 정신상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이후 더 좋은 샷을 날릴 수 있었고 덕분에 그린 적중률을 높아져 찬스도 많이 만들었다”고 공을 돌렸다.
2008년부터 매킬로이를 전담해온 피츠제럴드는 웬만한 선수보다 더 유명한 캐디다. 그는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자체 집계해 지난달 발표한 PGA투어 캐디 수입 순위에서 1년간 165만 달러(약 18억 5,000만원)를 벌어 1위에 올랐다. 상금 순위로 따지면 지난 시즌 기준 61위에 해당하며 이는 PGA투어 다음 시즌 출전 자격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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