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안 받은 어제까지 응답 안해
답답한 南 “27일까지 기다릴 것”
적십자회담 먼저 응할지도 의문
남북 군사당국회담이 일단 무산됐다. 우리가 군사회담 일자로 제시한 21일까지 북한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정부는 추가로 정전협정 체결일(27일)까지 기다려보기로 했지만, 북한이 지금처럼 무시전략으로 맞서는 한 운전대를 잡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주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시작부터 꼬일 수 밖에 없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북측이 조속히 우리의 제안에 호응해 나오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면서 “27일까지 우리 측의 대화 제의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북한이 답을 줄 기한을 엿새 더 늦춘 건 북한의 반응을 좀 더 지켜보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당장 대화의 판을 깨기도, 그렇다고 북한을 비난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데드라인으로 정한 27일은 문 대통령이 6일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을 통해 군사분계선에서 남북간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시점으로 제안한 날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대화에 반드시 응할 것으로 기대한 건 아니지만, 막상 아무런 답이 없다 보니 그저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1일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남측 평화의 집에서 8월 1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그렇다고 당장 북한에 수정 제의를 할 상황도 아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협상력을 높여가야 하는데, 우리가 일방적으로 요청만 할 경우 어렵사리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있다. 통일부는 “북측의 공식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추가 제안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계획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27일 이후다. 내달 중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코 앞에 두고 북한이 대화에 나설지 의문이다. 북한이 역으로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다면, 한미 양국간 대화 재개 조건을 놓고 삐걱댈 우려도 있다. 물론 북한이 군사회담을 제쳐놓고 적십자회담에 먼저 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 사안에 국한된데다 북한보다 우리가 더 절실히 원하는 이슈여서 대북 지렛대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북한은 앞서 20일 노동신문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그 무슨 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여론 기만 행위라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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