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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읽기] 휴가, 떠남과 머무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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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읽기] 휴가, 떠남과 머무름 속에서

입력
2017.07.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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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있다. 이미 대학은 방학에 들어갔고, 초ㆍ중ㆍ고등학교도 다음 주까지는 대부분 방학을 맞게 된다. 여름을 맞이하여 소극적인 차원에서 더위를 피한다는 의미의 ‘피서(避暑)’를 넘어 학생들의 방학이나 직장인들의 휴가를 활용하여 다양한 계획이 마련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제쳐두었던 ‘할 일 목록(to do list)'을 꺼내보는 즐거운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무엇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일자리 마련이다. 그만큼 현실이 팍팍하고 어렵다는 얘기다. 휴가(休暇)는 ‘일정한 일에 매인 사람이 다른 일로 말미암아 얻는 겨를’을 의미한다. 본원적으로는 일자리가 전제된 후 가능해지는 것이 휴가이지만, 지금은 일정 기간 일상에서 벗어남을 통칭하여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여가에 대한 관심도 커져왔다. 과거에 비해 경제적 풍요와 여가 시간의 확대가 나타났지만 삶의 궁극적 지향인 개인들의 행복도 증가했는지는 의문이다. 일상적 여가와 함께 일상에서 벗어나는 휴가의 마련은 삶의 질과 개인의 행복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어느 사회보다도 다사다난한 우리 사회의 특성상, 일상에서의 벗어남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매일 숨 가쁘게 변화하는 현실의 이슈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도 혹여 뒤처짐이 될까 봐 아등바등 맘 조이는 노심초사가 일반적인 삶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 휴가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았다. 1990년 이후 기사에서 나타난 ‘휴가’에 대한 언급 추이와 함께 지난 한 달간 여름 휴가를 앞둔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는 무엇인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타난 얘기들을 정리하였다.

휴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관심의 제고

뉴스에서 언급된 ‘휴가’의 빈도를 살펴 본 결과, 1990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휴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된 양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시계열적 추이를 보았을 때 경제적 상황에 영향 받는 바가 큰 것을 짐작할 수 있다. IMF 경제위기 시점인 1998년이나 불황이 장기화되던 2003년부터 수년간은 지속적 상승이 나타나고 있지 않았다.

경제적 상황과 함께 전반적 인식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만 해도 휴가나 휴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1990년 1월 10일 한국일보 사설(‘공휴일수 줄여야 한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얘기가 있다,

‘...늘어난 공휴일에 대한 뜻있는 사람들의 비판의 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공휴일의 축소조정 방침을 세운 것은 매우 적절한 조처로 생각된다....가뜩이나 노사분규로 노동의 생산성과 노동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판에 대폭 늘려준 공휴일은 우리의 전통적인 근로정신까지 좀먹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주6일제의 근무방식으로 연중 71일의 휴일을 가지고 있었다. 참고로 당시와 비교할 때 주5일제로 변화된 금년의 휴일 수는 120일이다. 늘어날 휴일 수와 함께 대체공휴일제까지 논의되고 있는 지금 시점과 비교하면 ‘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느껴진다. 이렇듯 경제적 상황과 인식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시야의 확대를 통해 새로운 곳에서의 휴가로 연결되었다. 통계청의 국가주요지표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해외 여행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1년 사시사철 어느 때든 휴가는 마련할 수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휴가는 ‘여름 휴가’이다. 학교나 일터에서 벗어나는 휴가는 혼자 보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때문에 함께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이들의 방학 기간이 우선 고려되고, 요즘은 이와 함께 학원의 휴원기간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다. 방학과 더위가 우리들의 휴가를 위한 중요 요소라 할 수 있다. 여러가지 다른 키워드에 대한 검토도 해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폭염’에 대한 추이가 ‘휴가’와 관련하여 눈에 띄었다. 1990년 이후 뉴스 기사의 ‘휴가’에 대한 언급추이와 매우 유사한 양상 속에서 ‘폭염’의 언급 빈도가 나타나고 있었다.

쉼보다는 여행이 우선. 일터에 대한 고민도 함께

트위터를 통해 본 ‘휴가’관련 연관어에는 여행과 관련한 얘기들이 많이 나타났다. ‘제주도’나 ‘휴양지’, ‘계획’, ‘숙소’, ‘떠나다’ 등이 대표적이었고, 여행지에서의 ‘인증샷’, ‘쇼핑’도 휴가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로 나타났다. 함께 휴가를 보낼 대상과 관련해서는 ‘딸’, ‘친구’, ‘둘’ 등이 나타났고, ‘웃음’, ‘행복’, ‘여유’, ‘즐기다’등은 휴가를 마주하는 감정과 상태로 보여진다.

흥미로운 것은 ‘일하다’, ‘회사’와 같이 휴가라는 상황 속에서도 분리될 수 없는 일터에 대한 언급이 나타난 점이었다. 아울러 ‘쓰다’에 대한 언급도 많았는데, 이는 휴가를 쓰는 것, 또 휴가지에서 경비를 쓰는 것이나 편지나 일상을 기록하는 의미의 쓰다도 있었지만, 내용적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휴가가 어려운 사람들의 부러움 섞인 ‘마음이나 입맛이 쓰다’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것이 많았다.

떠나든 머무르든, 제대로 된 휴가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현재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한 호흡 죽이며 나를 내려놓고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번 휴가에서는 일상과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다독이는 시간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배 영(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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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출처:

※ 뉴스 기사 데이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서비스를 활용하여 1990년 1월 ~ 2017년 7월을 대상으로 방송(MBC, SBS, YTN)과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 5개 신문에서 추출하였음. 해외 여행자 통계는 통계청의 국가주요지표에서 추출함. 아울러 트위터 자료는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이용하여 2017년 6월 22일-7월 21일까지를 대상으로 추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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