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정점에 선 '아재'들은 으레 그렇듯 자신의 성공법을 지식 안에 설파하기 마련. 하지만 '알쓸신잡'에는 자신을 내세우는 '꼰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은 말그대로 방대하면서도 실생활과 크게 맞닿아 있지 않은 지식을 향연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 유시민을 중심으로 맛칼럼리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정재승 교수는 여행지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에 유희열이 함께 가세해 시청자를 대신한 청자이자 예능으로서의 유기적인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들은 여행하는 지역의 특징부터 역사, 문화, 음식, 과학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특별히 누군가가 주도하거나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환하고 확장하며 새로운 스토리로 발전시켜나간다.
지식인 사이에서 이러한 지식의 유대와 교류는 낯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칫하면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들만 아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현학적인 지식 자랑으로 비칠 수 있기 마련이다.
여기에 출연진이 모두 40대 이상 언저리의 일명 '아재'들이라는 점에서 '알쓸신잡'의 이야기는 공감보다는 일방적인 설파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역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알쓸신잡'은 달랐다. 아재들이 모였지만 신사임당, 허난설헌 등을 이야기 주재로 끌어내며 여성에 관한 시선을 환기시켰다. 또한 경주의 황리단길에서 젋은 이들의 소비패턴을 질책하기보단 젠트리피케이션의 잔혹한 현실을 짚어냈다.
이야기의 질감은 견고하면서도 젊다. 또한 편협하기 보다는 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본다. 물론 그 중심에는 유시민이 있다. 유시민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이야기의 주제를 급진적이면서도 진보적으로 환기해나갔고, 덕분에 시청자들은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공감하면서 함께 즐기고 있다.
'알쓸신잡'은 사회적 성공을 거둔 남성들이 모여있다. 하지만 모두가 우려했던 불편함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게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이 아닐까 싶다.
명희숙 기자 aud6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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