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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어이없는 실수… 피고인 놓고 16개월 헛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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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어이없는 실수… 피고인 놓고 16개월 헛재판

입력
2017.07.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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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상습특수상해 혐의 여성

1ㆍ2심 거쳐 올라간 대법서

“단독판사 아닌 합의부 사안”

판결ㆍ양형 취소하고 돌려보내

소송지연 피해 배상규정은 없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피고인이 법원의 실수로 같은 사건의 재판을 6번이나 받게 됐다. 재판 과정에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문으로 참회했지만, 피고인 신분으로 3차례 나 더 법정에 서는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임모(41)씨는 술에 취하면 위험한 물건으로 수년에 걸쳐 남편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2년 전 크리스마스에는 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남편 이모(54)씨가 술을 사주지 않자 싱크대에 있던 흉기로 남편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지난해 1월에는 남편의 여자 문제로 다투다 빈 소주병으로 남편의 머리를 내리쳤고, 남편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일도 있다. 급기야 같은 해 3월 술에 취해 톱으로 남편의 머리를 내리쳤다가 상습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결국 구속됐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의 한 단독 판사는 임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흉기를 몰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씨와의 합의로 남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징역 8월로 감형했다. 229일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임씨는 지난해 11월 풀려나 대법원 재판을 받았다. 1년 4개월 간의 재판 끝에 지난달 29일 받아 든 대법원 판결문에는 ‘1심부터 다시 재판을 받으라’는 내용이 담겼다.

까닭은 이랬다. 형법은 임씨 죄목 중 하나인 ‘상습특수상해죄’에 대해 징역 1년 6월 이상, 15년 이하의 형을 선고토록 규정한다. 또 현행법 상 1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사건의 1심 판결은 판사 3명이 참여하는 합의부가 맡아야 한다. 문제는 합의부에 배당됐어야 할 이 사건 1심을 단독 판사가 맡았다는 데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대법원은 “1심을 합의부가 아닌 단독판사가, 그 항소심을 광주고등법원이 아닌 광주지방법원 합의부가 맡은 것은 잘못”이라며 “1ㆍ2심 판결을 모두 취소하고 광주지법 순천지원 합의부에서 1심부터 다시 판단하라”고 사건을 ‘파기 이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형은 징역 9개월 미만이 될 수 없는데도 선고형을 잘못 정한 잘못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관계자는 “공소장을 접수하는 담당 직원이 사건번호를 부여하면서 합의부 사건과 단독 사건으로 나눈 뒤 배당하는데, 분류 과정에 실수가 있었다”며 “사건이 항소심 재판부로 넘어간 뒤에도 실수를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씨는 다시 1심 재판부터 받게 됐지만 법원의 잘못과 실수에 따른 피해 배상을 받을 길이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소송에서 무죄가 날 경우 보상을 받지만 소송 지연에 따른 배상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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