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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히든 히어로] 미래의 코리안 빅리거 ‘조련’하는 허재혁코치

입력
2017.07.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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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미래의 빅리거를 조련하고 있는 허재혁 트레이닝 코치. 허재혁씨 제공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미래의 빅리거를 조련하고 있는 허재혁 트레이닝 코치. 허재혁씨 제공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 유진. 이 곳에는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A 팀인 유진 에메랄즈가 있다. 먼 훗날 메이저리거를 꿈꾸며 전 세계에서 야구 유망주들이 몰려들었고, 그 중에는 한국 출신 외야수 권광민(19)도 포함됐다. 그리고 반가운 한국인이 한 명 더 있다. 선수들의 훈련을 책임지며 성장을 돕는 허재혁(38) 트레이닝 코치가 올해 컵스와 계약을 하고 유진 에메랄즈에 합류했다.

사실 허재혁 코치와 컵스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미국 몬태나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그 해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트레이너로 2010년까지 몸담았다. 보통 마이너리그에는 남미 선수들이 많아 스페인어가 가능한 트레이너를 필요로 했는데, 당시 컵스는 한국인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실제 허 코치가 있는 동안 수 많은 선수들이 부푼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넜다. 2009년 내야수 이학주(27ㆍ일본 독립리그), 투수 정수민(27ㆍNC), 외야수 하재훈(27ㆍ일본 독립리그), 2010년 투수 나경민(26ㆍ롯데), 외야수 김동엽(27ㆍSK), 투수 김진영(25ㆍ한화)이 허 코치와 함께 생활했다. 낯선 땅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이들에게 ‘말이 통하는’ 허 코치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2010년 김동엽을 담당했던 허재혁(오른쪽) 코치.
2010년 김동엽을 담당했던 허재혁(오른쪽) 코치.

김동엽은 “허 코치님이 미국 생활에 적응할 때 많은 도움을 줬다”며 “사실 트레이닝 파트를 담당해서 굳이 안 해줘도 되는데, 한국 선수들의 통역을 자처했다”고 돌이켜봤다. 이어 “평소 맛있는 음식도 같이 먹으러 가고 여행도 함께 갔다”면서 “시즌 후 그랜드캐니언에 가서 담력 훈련 겸 체력 훈련으로 절벽 위에서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했던 것이 인상 깊은 추억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허 코치와 김동엽은 국내 야구단 SK에서 재회했다. 허 코치는 2012년 말 SK의 트레이닝 코치로 부임했고, 김동엽은 2016 KBO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허 코치는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SK를 떠났다. 시즌 후 눈 상태가 안 좋아져 수술을 받고 휴식을 취하던 중 컵스로부터 연락을 받고 7년 만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허 코치는 19일 본보와 통화에서 “2014년쯤 한번 연락이 왔었지만 그 때는 SK에 온지 얼마 안 돼 거절했다”며 “이번에 다시 제의가 왔을 때는 눈 수술을 했으니까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트레이닝 파트 어시스턴트 코치 겸 권광민에 대한 지원 업무를 올해 한 다음, 내년부터 풀타임으로 트레이닝을 책임지자는 얘기를 듣고 컵스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허재혁 코치와 동료 스태프.
허재혁 코치와 동료 스태프.

미래의 빅리거들 곁에 있는 허 코치의 하루 일과는 24시간이 모자라다. 홈 경기 기준으로 오전 8시30분에 일어나 출근 전 숙소에서 아침밥을 해결한다. 11시쯤 야구장으로 출근한 다음 개인 운동 및 업무 준비를 하고 오후 1시 반에 선수들이 나오면 2시 반부터 5시까지 훈련을 돕는다. 그리고 7시에 경기를 시작하고 다 마치면 11시 반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에서는 권광민의 룸메이트로 추가 근무(?)를 하게 된다.

모든 야구 선수의 꿈이 그렇듯이 코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허 코치도 분명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예전에 3년간 있어 보니까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그에 갈 사람은 따로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오히려 싱글A 팀에 있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허 코치는 “구단의 육성 시스템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면서 “경기 전 햄버거 하나, 식빵에 잼 발라먹는 시대가 아니다. 꾸준히 투자를 한 덕분에 지금 스포츠 영양사가 식단 관리를 해주고 있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선수 관리를 하는 등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멘탈 관리 코치가 따로 있고, 인성 교육, 영양 관리 등 파트 별로 육성 체계를 갖추고 있어 구단에서 어린 선수들을 각별히 신경 쓴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선수들도 모두 착하고 운동도 정말 열심히 한다. 브렛 앤더슨이나 제밀 윅스 등 재활하러 내려왔던 메이저리거들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어린 선수들보다 2~3배 더 운동을 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조언도 많이 해준다”고 선진 육성 시스템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권광민의 훈련을 돕고 있는 허재혁 코치.
권광민의 훈련을 돕고 있는 허재혁 코치.

허 코치는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친구(선수)들이 잘 커서 메이저리그 선수로 성장했을 때 뿌듯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가장 이상적인 바람은 권광민이 상위리그까지 쭉쭉 치고 올라가는 것이다. 허 코치는 “미국에서 풀타임 2년차를 보내고 있는데 미국 선수들에 비해 식단 관리나 보강 운동, 이미지 트레이닝 등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선수 스스로 미국 무대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하나씩 열심히 배워가고 있고, 자기 만의 루틴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관심 있게 지켜 봐달라”고 당부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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