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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제왕적 마크롱 통치술… 허니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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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제왕적 마크롱 통치술… 허니문 끝

입력
2017.07.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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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에산 감축 놓고 첨예한 갈등

권위적 통치 스타일 비판 확산

지지율 계속 하락 54%로

14일 대혁명기념일 군사퍼레이드에 나란히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피에르 드 빌리에 군 합참의장. 파리=AP 연합뉴스
14일 대혁명기념일 군사퍼레이드에 나란히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피에르 드 빌리에 군 합참의장. 파리=AP 연합뉴스

지난 5월 대선과 6월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위기에 직면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긴축재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국방예산 감축에 공개 반발했던 피에르 드 빌리에 프랑스군 합참의장이 사임하면서 권위적인 통치 스타일이 문제로 불거지면서다. 마크롱 대통령이 각료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노동개혁 등 각종 정책들을 힘있게 추진할 동력을 잃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0일 “마크롱과 정치권의 밀월(허니문)은 이제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외신들에 따르면 빌리에 합참의장은 전날 “더 이상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필요한 강한 안보를 담보할 수 없게 됐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둘은 국방예산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였다. 11일 프랑스 정부가 유럽연합(EU)이 정한 재정적자 한도(국내총생산의 3%)를 지키기 위해 국방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을 내놓자, 빌리에 합참의장은 12일 하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욕설을 섞어가며 “나를 이렇게 골탕먹이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날 국방부를 찾아 “모든 부처에 (지출 삭감) 노력이 필요하며 충분히 실행 가능한 지시인데, 이런 논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품위 없는 행동이었다. 나는 당신들의 상관이며(I’m your boss) 어떤 압력과 조언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경고했다.

평소 “프랑스 등 유럽을 상대로 한 최근 공격을 보면 평화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국방예산 증액을 요구해 온 빌리에 합참의장은 이에 지지 않고 14일 페이스북에 “결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도 맹목적으로 따라선 안 된다”고 말하며 맞섰다. 질세라 마크롱 대통령은 16일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합참의장이 충돌하면 합참의장이 교체되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해 갈등을 고조시켰다.

결국 빌리에 합참의장의 사임으로 사건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나 정치권에선 마크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도우파 성향의 발레리 부아예 의원은 “마크롱의 거만함이 프랑스를 위해 일해온 사람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비난했다. 극좌 성향의 알렉시 코비에르 의원도 “합참의장의 사임은 마크롱 정책의 실패와 그의 잔인함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 퇴역 장군은 “유치한 권위주의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고, 브뤼노 르 메르 재무장관은 “마크롱은 주피터(로마신화 속 신들의 신), 나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라고 말한 바 있다. 군의 속사정을 잘 모르는 마크롱이 삭감안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힐난도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샤를 드골 전 대통령 이후 군 복무 경험과 군 관련 업무를 한 적 없는 유일한 대통령이다.

한편 빌리에 합참의장의 사임을 계기로 정부의 긴축조치에 대한 저항은 격화할 전망이다. 지방정부는 2020년까지 지출을 130억유로가량 줄여야 하는 것에 대해, 교사들은 3억3,100만유로의 고등교육 및 연구기금 예산집행 취소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BVA가 17,18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달(62%)보다 8%포인트 하락한 54%를 기록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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