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장사업자 봐주기 탓에
외려 기장사업자가 불리
경비율制 유명무실 드러나
국세청이 과세 근거가 되는 장부 작성을 유도할 목적으로 2000년대 초 도입한 경비율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 때문에 장부 없이 자기가 번 돈을 추정해 신고한 사업자가 꼬박꼬박 장부를 쓴 사업자에 비해 오히려 더 적은 세금을 내왔다.
20일 감사원이 공개한 ‘기장 및 경비율제도 운영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세청이 장부를 작성하지 않은 무기장(無記帳)사업자의 소득 금액을 추계할 때 적용하는 경비율을 기장신고자의 실제 경비율보다 높게 결정ㆍ고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비율 적용 대상인 977개 업종 중 86%인 845개 업종의 정부 고시 경비율이 실제 평균 경비율에 비해 높아 경비율이 적용되는 무기장사업자가 2011~2015년 평균 경비율대로 세금을 매겼을 때보다 매년 종합소득세 127억3,100만~427억2,300만원을 적게 부담한 것으로 추산됐다. 경비율은 수입에서 경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경비율이 높으면 과세 대상 소득이 줄어 소득세도 감소한다.
이는 국세청이 지나치게 많은 예외를 허용한 탓이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표준소득률 제도가 장부를 쓰지 않은 사업자도 소득세를 신고할 수 있게 만들어 기장제도 확립을 방해한다고 판단, 이를 폐지하고 2002 귀속사업연도(소득이 발생한 해)부터 무기장사업자가 매입비ㆍ임차료ㆍ인건비 등 주요 경비 증빙서류를 갖추면 이외 비용은 국세청이 업종별로 정한 기준경비율을 일률 적용해 인정하는 경비율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무기장사업자가 기장사업자보다 세 부담이 유리하지 않도록 기준경비율을 평균 경비율보다 낮게 관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준경비율이 평균 경비율보다 높아도 실제 매년 경비율이 조정된 업종은 전체의 20~30%에 불과했다. 국세청의 잣대가 너무 관대해서다. 2015년의 경우 국세청은 기준경비율이 평균 경비율보다 15% 이상 높거나 낮은 업종, 기장 신고율이 낮아 기장 유도가 필요한 업종 등 470개 업종을 조정 대상으로 추리고도 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192개 업종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2011년 37.7%이던 추계신고 비율이 2015년에는 41.2%로 되레 늘어 근거 과세 확립과 거래 투명성 확보라는 경비율제 도입 취지가 훼손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무기장사업자의 세부담이 기장사업자보다 유리하지 않도록 경비율을 업종과 기업의 특성에 따라 산정한 평균 경비율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정ㆍ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세무조사 회피나 세금 경감 등을 목적으로 추계신고하는 복식부기 의무자에게 기재부가 무신고가산세 부과 등 불이익을 주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추계신고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추계신고 때 가산세를 미납하거나 소득세를 과소 신고한 복식부기 의무자에 대한 기재부 등의 사후 검증도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기재부 장관에게 복식부기 의무자의 추계신고가 줄어들도록 신고 요건을 제한하거나 무신고가산세를 조정하는 등 방안을 만들라고 통보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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