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전도시公 사장 후보로 추천
자질 시비ㆍ도덕성 문제 불거져
“임원추천위원들 사퇴하라” 비판
참여자치21 “부적격자 지명 안돼”
세 번째 공모도 무산 우려 속
직원들 사이에선 자괴감 확산
광주시도시공사가 신임 사장을 찾기 위해 세 번째 공모절차를 밟고 있지만 또다시 후보자 추천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특정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적격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도시공사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2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도시공사 임추위는 18일 5명의 지원자를 상대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전 대전시도시공사 사장 박모(65)씨 등 2명을 임명권자인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사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임추위가 추천한 후보자 중 박씨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씨에 대한 사장 후보자 추천을 둘러싸고 도시공사 내부와 시민단체에서 적격성 시비 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박씨는 대전시도시공사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10일 광주시도시공사 사장 공모 원서를 접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씨는 이튿날인 11일 오후 권선택 대전시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씨의 자질 문제도 집중 제기됐다. 당장 대전시도시공사는 박씨가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3년간 정부 경영평가에서 ‘다’ 급을 받았다. 이 때문에 박씨의 경영 능력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어 있다. 최근엔 대전시 감사관실이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 무산에 대한 감사를 벌여, 사업 무산과 행정 불신을 야기한 책임을 물어 당시 사장이던 박씨에게 경고 처분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박씨는 사장 재직 시 호남 향우회 문제, 갑질 의전, 폭행 사건 등으로 공사 노조와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고 일갈했다.
박씨를 사장 후보로 추천한 임추위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박씨가 윤 시장이 줄곧 강조해온 ‘참신한 전문가’로 보기 힘든 데다,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장 인적 쇄신과도 역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새로 뽑힌 도시공사 임원추천위원장이 윤 시장의 친구로 알려지면서 박씨 추천 과정에 윤 시장과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참여자치21은 “도대체 광주도시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무슨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검증했기에 이런 인물(박씨)을 윤 시장에게 사장 후보로 추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마땅히 광주도시공사 임원추천위원들은 그 책임을 통감하고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박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점점 커지면서 윤 시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무엇보다 윤 시장은 1차 공모 당시 “참신성이 떨어진다”며 추천 후보자들을 물리치고 재공모를 통해 1차 공모에서 탈락했던 후보자를 사장으로 지명, 인사청문회까지 올렸지만 이 후보자 역시 자질 문제 등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윤 시장 스스로 인적 쇄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 시장은 도시공사 사장 후보자 추천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고도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다. 이런 윤 시장을 향해 참여자치21은 “말할 필요도 없이 윤 시장은 이런 ‘부도덕ㆍ부적격ㆍ무능력 인사’를 도시공사 사장으로 지명해선 안 된다”며 “그 동안 ‘절친ㆍ보은 인사’로 점철된 산하기관장 인사에 더 이상 화사첨족(畵蛇添足ㆍ쓸데없는 짓을 하여 일을 그르치다)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사장 공석 사태가 7개월째 이어지고 공모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자 도시공사 직원들 사이에선 자괴감이 확산되고 있다. 도시공사의 한 직원은 “사장 후보로 감도 안 되는 인사들만 몰려들면서 ‘도시공사가 쓰레기 하치장이냐’는 볼멘 소리를 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일련의 사장 공모 과정을 지켜보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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