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라인은 삼국통일을 말하지 않았다
신형준 지음
학고재 발행ㆍ448쪽ㆍ1만8,000원
고구려 멸망은 한국인의 한이다. 광활한 만주벌판을 잃어서다. 김춘추ㆍ김유신은 외세의 힘을 빌어 한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한반도에 가둔, 민족사의 죄인이다. 그런데 사실 신라 사람들은 삼국(三國)을 통일하려 한 적이 없다. 신라가 의도한 건 단지 삼한(三韓) 통일이다. 민족감정상, 더구나 동북공정이 눈 앞에 있는 상황에서 수용하기 어렵겠지만 사실 학계에서 신라의 통일을 제한적으로 이해해야 하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뿌리는 고구려ㆍ발해가 아니라 신라에 둬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이 책은 그 논리를 솔직히 밝혔다. 이 논리가 비교적 익숙하다면 결론부 ‘객관적이고 냉정한 한국사 읽기를 소망하며’만 읽어도 되겠다. 저자는 20년간 문화재 기자로 기사를 쓰면서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 “선현들의 빛나는 실용정신과 과학정신”이란 말을 쓰는 게 고통스러웠다 해뒀다. 우리 역사, 문화를 잘 팔아먹기(?) 위한 일종의 ‘영업기밀’을 이제서야 밝힌다는 얘긴데, 이게 과연 삼국통일뿐일까.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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