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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리, 더 많이" 현실판 '옥자' 유전자 조작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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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리, 더 많이" 현실판 '옥자' 유전자 조작 동물들

입력
2017.07.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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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 포스터(왼쪽)와 일반 소보다 근육량이 많은 ‘벨지안 블루’ 종 소. 유전자 조작 동물들은 효율적이고 편리한 축산 상품으로 개발됐다. 넷플릭스홈페이지(왼쪽), Exploration Club 트위터 캡처
영화 '옥자' 포스터(왼쪽)와 일반 소보다 근육량이 많은 ‘벨지안 블루’ 종 소. 유전자 조작 동물들은 효율적이고 편리한 축산 상품으로 개발됐다. 넷플릭스홈페이지(왼쪽), Exploration Club 트위터 캡처

"슈퍼돼지는 대자연의 선물, 축산업계의 혁명이죠!"

영화 '옥자'에서 글로벌 식품기업 '미란도'의 최고경영자(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턴 분)는 자사가 개발한 거대한 몸집의 유전자 조작 슈퍼돼지가 "사료를 적게 먹는데 고기 맛은 끝내준다"고 소개한다. 주인공 '미자'의 친구이면서도 식품기업이 내놓은 축산 상품인 옥자는 효율성과 편의에 맞게 개발∙사육∙도축돼 고기가 될 운명으로 탄생했다.

슈퍼돼지 옥자는 영화 속에만 존재할까.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의 연간 육류 소비량이 1995년부터 2015년까지 56.1% 늘어난 3억1,000톤이라고 밝힌 가운데, 폭발하는 육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유전자 조작 동물이 국내외에서 개발되어 왔다.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는 등 성장을 촉진하고 도축 시 얻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지난 2015년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같은 해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과 중국 연변대 공동 연구팀은 돼지의 근육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 마이오스타틴(MSTN)을 제거한 근육강화돼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15년 한중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이중근육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근육이 약 20% 많고 단백질 함유량이 많다. 네이처 캡처
지난 2015년 한중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이중근육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근육이 약 20% 많고 단백질 함유량이 많다. 네이처 캡처

이중근육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사료는 덜 먹으면서도 근육이 20% 더 많이, 더 빠른 속도로 붙어 몸집이 크다. 일반 돼지보다 고기로 사용될 수 있는 근육의 양과 단백질이 많은 대신 지방은 적다. 연구진 측은 "이중근육돼지를 식용으로 공급하는 한편 정자를 농부들에게 제공해 일반 암컷 돼지와 수정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 특정 유전자를 제거해 만든 가축에 대한 규제 여부가 없어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 등이 공동 창업한 국내 생명공학 벤처기업 툴젠은 지난달 마이오스타틴을 교정해 근육량을 극대화한 '근육강화돼지'의 생산에 관련한 특허를 국내에 등록하기도 했다.

같은 방식으로 이보다 먼저 개발된 유전자 조작 동물로 '벨지안 블루(Belgian Blue)' 라는 종의 소가 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1950년 리에주 대학 R.한셋 교수가 영국산 소와 벨기에산 소를 교배하고 마이오스타틴에 변이를 일으켜 정식으로 육성했다. 섭취한 영양분 대부분이 지방이 아닌 근육에 작용하기 때문에 일반 소보다 근육량이 약 2배 더 많다.

페타에 따르면 벨지안 블루는 특이한 유전형질 때문에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심폐와 뼈, 관절상 질병을 앓거나 합병증으로 인해 조기사망에 이를 수 있다. 자연분만도 어려워 벨지안 블루 송아지의 90%가 제왕절개로 탄생하며 심장마비 등으로 출산 직후 48시간 안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페타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에 벨지안 블루의 영상을 공개하며 "벨지안 블루는 소고기 생산을 위해 길러진 품종"이라며 "이익에 눈이 먼 자들이 벌인 만행"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김서로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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