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31ㆍ자메이카)가 “다음 달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 400m 계주만 출전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대회 후 은퇴하겠다는 기존 입장도 변함이 없었다.
볼트는 20일(한국시간) 모나코에서 열린 허큘리스 EBS 미팅 기자회견에서 “내 마지막 무대인 런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이 목표다. 승리를 이어가며 은퇴하고 싶다”고 밝히며 “하지만 200m ‘위닝 노트’는 이미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고 했다. 200m는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볼트는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총 11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2009년 베를린, 2013년 모스크바, 2015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100m, 200m, 400m 계주를 석권했고 2011년 대구에서는 100m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해 200m와 400m 계주에서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선 4차례 세계선수권에서는 100m, 200m, 400m 계주 등 3개 종목에 출전했지만, 은퇴 무대인 런던에서는 2개 종목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볼트는 올 시즌 200m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고, 훈련 또한 100m에만 집중했다. 글렌 밀스 코치는 올해 초 “볼트가 올해 200m에 뛰는 건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볼트의 세계선수권 200m 불참을 예고했고, 이날 볼트가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세계 육상 팬들에는 아쉬운 소식이다.
400m 세계기록 보유자 웨이드 판니커르크(25ㆍ남아프리카공화국)는 런던 세계선수권에서 200m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팬들은 볼트와 '400m 볼트'라는 별명을 지닌 판니커르크의 200m 대결을 기대했다.
볼트는 “판니커르크와 200m 대결이 불발된 건, 내게도 무척 아쉬운 일이다. 판니커르크가 늦게 200m에 뛰어들면서 그와 대결을 기회가 없었다”며 “나는 판니커르크와 승부가 전혀 두렵지 않다. 다만, 우리는 너무 늦게 서로에 대해 알았다”고 말했다.
볼트는 22일 모나코 허큘리스 EBS 미팅 남자 100m에 출전한다. 런던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실전이다.
올 시즌 그의 최고 기록은 10초03이다. 볼트는 “친구 저메인 메이슨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오랜 슬픔에 잠겨 있었다. 예정보다 훈련 경과가 더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으면서도 “런던 대회에서는 최상의 몸 상태로 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볼트는 4월 절친한 친구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은메달리스트 메이슨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목격했다. 충격에 빠진 그는 한동안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볼트는 “친구를 위해서라도, 내가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볼트는 여전히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은퇴를 번복할 생각은 없는가"는 질문을 받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고 그의 답도 똑같았다.
볼트는 “전설적인 육상선수 마이클 존슨이 은퇴를 선언했을 때 나는 너무 놀랐다. 그리고 ‘왜 그렇게 빨리 은퇴를 하는가. 은퇴할 때도 200m, 400m를 지배하고 있지 않았나’라고 물었다”고 떠올리며 “존슨은 ‘트랙 위에서 나는 이미 목표를 다 이뤘다. 은퇴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트랙을 떠나는 게, 나의 마지막 목표다”라고 답했다.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니 그의 말을 100% 이해할 수 있다. 내게는 지금이 은퇴할 때다”라고 답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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