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자금 실무자 작년부터 추적”
100명 수사 투입에도 이례적 허탕
“당시 청와대 고위층 외압설” 주장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하성용(66)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 등을 수사중인 검찰이 비자금 조성 의혹의 ‘키맨’을 1년 넘게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로 ‘보이지 않는 손’의 조력 가능성이 제기된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KAI가 연구ㆍ인력 용역업체인 경남 소재 A사에 일감을 몰아준 뒤 과다계상한 비용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의 핵심 실무자인 전 인사팀 차장 손모씨가 1년 넘게 도피 행각을 벌이고 있다. 손씨는 모친이 하 사장과 종친으로, 자신의 처남을 A사 대표로 앉혀 비자금 저수지를 구축한 의혹(본보 17일자 1면)을 받고 있다.
검찰은 손씨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는 등 지난해 6월부터 그를 추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손씨는 무려 1년 넘게 도피 행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연인원 100명의 수사관을 투입했지만 허탕만 쳤다. 손씨의 해외 출국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의 도피를 돕는 조력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화이트칼라(사무직)가 이렇게 장기간 도주한 적이 없고, 그렇다고 (저희가 추적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게 아니다”며 “(그의 행방은) 우리로서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이 검찰에 KAI 관련 수사의뢰를 한 시점은 2015년 2월이어서 ‘늑장수사’ 논란도 빚어진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당시 청와대 고위층이 카이의 감사원 감사가 무기수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외압을 넣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임명돼 3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에 성공한 하 사장의 부인은 박 전 대통령과 친척 사이란 설이 있어 하 사장의 비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늑장수사 비판을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해왔다”며 “2015년 2월 감사원이 수사 참고자료라면서 저희에게 자료를 이첩해왔지만 곧바로 강제수사에 착수하기에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후 손씨 검거 불발로 수사가 막힌 상태에서 관련자 소환 등 내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2013년 초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KAI 임원 시절 하 사장의 횡령ㆍ배임 의혹을 조사해 검찰에 넘겼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본격적인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방산비리 수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가 지난 14일 KAI 압수수색 과정에서 다수 직원 컴퓨터에 데이터 삭제전용 ‘이레이저’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 KAI 측은 “방위산업보안업무훈령 97조에 따라 완전소거 프로그램 설치는 의무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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