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와 배꼽티 차림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유적지를 활보하는 동영상의 주인공 여성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 경찰에 체포돼 검찰로 신병이 넘겨졌다. 해당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 사우디를 발칵 뒤집어 놓은 지 3일 만이다. 사우디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 의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여성을 처벌해야 할지 찬반 논란이 불거지면서 현지에서는 ‘종교적 율법’과 ‘복장의 자유’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리야드주(州) 경찰은 이날 ‘미니스커트 활보’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을 체포해 조사했다. 이 여성은 동영상 게시자의 계정 ‘모델 클루드’와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모두 자신이라는 점을 시인했으며, 촬영 장소에는 남성 보호자(마흐람)와 함께 갔다고도 자백했다. 다만, 동영상을 직접 올리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사우디 경찰은 그에 대한 심문을 마친 뒤 검찰로 송치했다. 그의 정확한 이름과 나이, 동영상 촬영 이유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스냅챗’에 게시됐다. 사우디의 유명한 유적지인 나즈드주 우샤이거 마을에서 한 여성이 배꼽이 보이는 검은색 민소매 티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6초 분량의 짤막한 영상이다. 여성이 외출할 땐 머리에 검은 히잡을 쓰고 아바야(검은 통옷)로 몸 전체를 가려야만 하는 사우디에선 매우 파격적인 차림새였던 탓에 동영상은 삽시간에 각종 SNS로 퍼졌고, 나라 전체가 들끓었다. 특히 나즈드주는 사우디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부족들이 사는 곳으로, 이슬람 원리주의 사상인 와하비즘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현지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 당국의 지나친 대응에 대한 서구 언론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미 일간 워싱턴타임스는 기명 칼럼을 통해 “이 여성처럼 이슬람교의 반(反)자유적 교리(의 피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없다”며 “이 같은 원칙이라면 머리와 팔, 다리를 모두 내놓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멜라니아와 이방카 트럼프도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전세계적으로 커지자 19일 사우디 경찰은 검찰이 전날 해당 여성에 불기소처분을 내리고 석방했다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검찰은 여성이 알지 못한 사이 동영상이 게재된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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