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지시로 정치개입’ 자료
수사조차 않고 그대로 넘겨줘
“재판 증거 땐 유력한 물증” 의견
검찰이 2012년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정황이 담긴 문건을 대량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청와대로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의 청와대 보고 문건 등 700여건의 자료를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이 수사 자료로 쓰지 않고 청와대로 반환한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문건이 반환됐거나 이관됐기 때문에 현재 그 내용을 알 수는 없다”며 “경위 파악을 다 못한 상태라 당시 검찰 실무진이 어떤 판단으로 수사 없이 청와대에 돌려줬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을 맡은 특검은 2012년 6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장악’ 등 국정원의 청와대 보고 문서 등 700여건을 검찰에 넘겼다. 문건에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 지시로 국정원의 조직적인 정치개입을 시사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이 문건들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 김모 행정관의 자택에서 특검 수사 중 압수됐다. 김 행정관은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의혹을 받던 최구식 전 한나라당 의원 쪽에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특검은 수사활동을 종료하면서 디도스 사건 수사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해 이 문건들을 검찰에 넘겼다. 사실상 수사의뢰였지만 검찰은 당시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다가 청와대로 넘겼던 것이다.
반환 시기는 2014년 5월로 알려졌으며, 이 때는 국정원 댓글 사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원 전 원장은 재판 내내 정치적 중립을 어긴 국정원법 위반과 선거개입 등 혐의를 부인했다. 일각에선 해당 문건들이 재판에 증거로 제출됐다면 유력한 물증이 됐을 것이란 의견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구성된 국정원 적폐청산 태크스포스(TF)는 검찰이 청와대에 돌려 준 문건의 실체와 내막에 대해서도 파악할 것으로 전해졌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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