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트라우마는 세월호
월 평균 6.6회 충격사건 노출

“단속에 나서면, 다시 허벅지에 칼이 꽂혀 있는 것 같아요.”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인 선원이 휘두른 칼에 허벅지 부상을 입었던 서해 해경 소속 유모 경위는 다시 업무에 복귀해서 이런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한 그는 정기인사에서 부서 이동 조치 됐다.
중국 어선과의 충돌, 바다에 뜬 변사체 수습 등 위험도 높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해경은 절반 이상이 우울증, 수면장애 등을 동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년 전 세월호 참사는 해경의 가장 큰 트라우마로 조사됐다.
19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의 PTSD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양경찰 응답자 6,190명 중 3,386명(54.7%)에게서 PTSD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는 지난 해 진행 됐으며, 응답 결과를 토대로 PTSD 여부를 판단했다. PTSD는 충격적인 사건 등을 경험한 사람이 이후 공포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증상을 의미한다.
응답자 중 3,827명이 외상의 원인이 되는 충격 사건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고, 3,029명이 해경 입사 후 직무 수행과정에서 겪었다고 답했다. 이중 1,223명(31.9%ㆍ중복응답)이 세월호 참사를 꼽았고, 변사체 수습업무(863명), 본인의 상해(687명), 중국 어선 단속 과정에서의 충돌(661명) 등의 순이었다. 이들은 매달 평균 6.6회 충격적인 사건에 노출된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81%가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PTSD를 예방하기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해경 본부는 업무 중 상해를 입은 공상자와 변사체 업무가 잦은 전국 해경서 수사ㆍ형사계 직원, PTSD 비율이 높은 해경구조대 직원들을 선정해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근무 중 충격적인 사건을 겪을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심리치료를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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