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첫 공식 만남 후 저녁 만찬 자리에서 별도 대화를 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트럼프 정권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에 논란거리 하나가 더 추가된 셈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과 마이클 앤턴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7일 G20회의 저녁 만찬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과 따로 대화한 사실이 있다고 확인했다.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도중 직접 푸틴 대통령을 찾아가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공식 회동 외에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두 정상 간 긴 만남이 있었다는 의미라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간 내통 여부를 파헤치고 있는 미국 주류언론은 이 사건을 크게 다루고 있다.
특히 두 정상의 대화에 러시아 측 통역사만 끼어 있었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결국 미국 입장에서 대화 내용을 알 수 있는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뿐이었기 때문. 이에 대해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당시 만찬은 정상 부부만 초대받았고 한 쌍당 통역사 1명만 대동할 수 있는데 미국 통역사는 영어-일본어 통역만 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푸틴 대통령 옆자리에 앉았는데 언론에 공개된 두 인물의 대화 장면에는 러시아 측 통역사가 통역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푸틴 별도 만남의 전말은 뉴욕 소재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대표가 만찬에 참석한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확인, 17일 자사 고객을 위한 뉴스레터로 공개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백악관은 “이 만남은 공식 회담은커녕 외교 현장에서 종종 있는 비공식회의(pull-aside) 수준에도 못 미치는 짧은 대화에 불과했다”고 해명했지만 브레머 대표는 “두 대통령은 약 1시간가량 대화했으며 주변 정상들도 이를 이상하게 여길 정도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기 내내 ‘러시아 논란’에 휘말려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 논란이 억울하다며 분노를 토로했다.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G20정상이 그날 독일 총리의 초청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언론도 알고 있던 자리”라며 “가짜 뉴스가 점점 더 심해진다. 20개국 정상이 모이는 저녁식사가 사악해 보일 지경”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이날 그와 푸틴 대통령 사이 실제 대화 길이나 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게다가 대선 당시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정부 관계자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러시아 스캔들’에 다시 불을 지핀 상황이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정부 관계자 회동에 동석한 제8의 인물은 양측의 회동을 주선한 에민 아갈라로프의 대리인 자격인 아이크 카벨라제로 드러났다. 또 상원 법사위원회는 트럼프 주니어가 상원에 출석해 이날 회동에 대해 증언할 수 있도록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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