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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나 이사가냥?” 둔촌냥이를 부탁해

입력
2017.07.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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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재건축 추진 단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오는 20일부터는 주민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5,930세대에 이르는 거주민 이외에도, 37년간 정들었던 아파트를 떠나야 하는 또 다른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100여마리의 길고양이들입니다.

급식소 설치 등 그 동안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택했던 둔촌아파트 주민들이 이번에는 생태적 이주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민관협력 이주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최근 화제가 되었죠. 둔촌냥이들의 이주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기획·글=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디자인 백종호 디자이너

“나 이사가냥?” 둔촌냥이를 부탁해

안녕, 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에 사는 ‘둔촌냥이’야. 우리 엄마, 외할머니도 모두 여기서 나고 자랐어. 우리 냥이들은 여기서 37년 동안 살았지.

난 우리동네가 너무 좋아. 곳곳에 급식소가 많고, 친절한 사람들이 매일 밥도 채워줘. 그 덕에 100여마리가 모여 살게 됐지.

그런데 요즘 큰 고민이 생겼어. 이달 20일부터 주민들 모두 여길 떠난대. 곧 재건축 공사가 시작되거든.

우리도 떠나면 되지 않냐고? 아파트 단지가 섬처럼 8차선 도로에 가로막혀서 우리끼리 이동하기엔 너무 위험해. 또 옮겨간다고 해도 새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해 줄 지 걱정이야.

사실 우리 길고양이들은 늘 재건축〮재개발의 사각지대에 있었어. 지난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에서도 길고양이 구조요청이 빗발쳤대.

그래도 난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지난달부터 둔촌아파트 주민, 동물단체, 그리고 강동구가 머리를 맞대고 있거든. 길고양이들을 위해 전국 처음으로 민관이 힘을 합친 거라고 해.

우선 우리가 사는 곳과 중성화 여부 등을 파악해 지도를 완성하고, 전문가를 초빙해 안전 이주에 대한 세미나도 열 예정이라고 해.

내가 떠나야 한다면, 조금은 더 안전한 방법으로 이사하고 싶어. 사람과의 공존, 부디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길 바라. 우리 둔촌냥이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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