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국가 차원의 반부패 정책을 담당할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설치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과 방산비리 근절은 새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 간절한 여망”이라며 참여정부 시절 운영했던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부활 방침을 밝혔다. 대신 문 대통령의 당선 1호 공약이었던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는 설치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협의회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대통령 훈령으로 설치된 협의기구로 사실상의 ‘사정 컨트롤타워’였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 등 주요 사정기관들이 모두 참여해 부패사범 해외재산 몰수, 국정원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굵직한 현안을 결정했다. 반부패협의회 복원 지시는 문 대통령이 직접 부패척결과 개혁의 고삐를 쥐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청렴도 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던 협의회가 다음 정부에서 중단되면서 부정부패가 극심해졌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보여 준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적폐 청산 작업에 강하게 시동을 건 모습이다. 검찰이 방산비리 수사 차원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압수수색에 나섰고 국정원은 이전 정권에서의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의 박근혜 정부의 면세점 특혜 의혹과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감사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에서 잇따라 발견된 전 정부 청와대 생산 문건도 반부패ㆍ사정 드라이브에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방산비리를 비롯해 권력형 비리가 있으면 철저히 규명해 발본색원해 마땅하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문제도 아니고 이전 정권에 대한 정치적 보복으로 확대 해석할 일도 아니다. 우리 사회가 청렴하고 투명한 국가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부패협의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우려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부패 사건이나 정치적 의혹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수사나 세무조사 등을 지시하는 근거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사정은 개별 기관에 맡겨 두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수사 독립성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의 참석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반부패협의회는 구체적 사정 현안보다는 큰 그림의 반부패 정책과 제도 개선에 전념하는 게 바람직하다. 청와대가 권력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비치면 당초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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