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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미술품 빼돌려 자택 장식한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입력
2017.07.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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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에는 모조품 대신 갖다놔

檢, 이화경 부회장 횡령 혐의 기소

남편 담철곤 회장도 2011년 같은 행태로 처벌

오리온 “실수… 빼돌릴 의도 전혀 없었다”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자택에 무단으로 옮겨 놓은 계열사 소유 미술품인 마리아 퍼게이의 ‘Triple tier flat-surfaced table’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자택에 무단으로 옮겨 놓은 계열사 소유 미술품인 마리아 퍼게이의 ‘Triple tier flat-surfaced table’

담철곤(62) 오리온그룹 회장은 2003∼2009년 오리온 그룹 계열사 자금으로 추상표현주의 작가 프란츠 클라인의 그림 ‘페인팅 11’과 모빌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작품 등 140억원대에 달하는 해외 유명 작가의 고가 미술품 10점을 사들였다. 이 고가 미술품들은 담 회장의 취향에 따라 그의 서울 성북동 자택으로 옮겨진 뒤 식탁 위에, 식당 벽에 장식품으로 사용됐다.

검찰은 2011년 담 회장과 그룹 관계자를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 혐의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가 미술품을 회삿돈으로 사서 임의 처분한 것도 횡령 혐의를 적용해 형사처벌했다. 재벌그룹 오너 등이 회사 자금으로 기업 활동과 무관한 미술품을 사 제멋대로 사용한 행위를 처벌한 첫 사례였다. 이 사건 후 다른 대기업들도 회삿돈으로 산 예술품들을 다른 곳에 보관할 경우 임대차 계약을 맺어 임대료를 받는 관행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오리온그룹은 이런 투명한 관리 흐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당시 입건유예 됐던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61) 부회장이 또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회사 소유의 미술 작품 매입ㆍ매각과 전시, 보존 임대 등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이 부회장은 2014년 2월 경기 양평군 회사 연수원에 보관 중이던 2억5,000만원 상당의 마리아 퍼게이(Maria Pergay) 작품(Triple tier Flat-surfaced Table)을 자택으로 옮겨 장식했다. 대신 연수원에는 모조품을 갖다 놨다. 2015년 5월에는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 놓았던 장 뒤뷔페(Jean Dubuffet)의 그림(Untitled)도 집으로 가져갔다. 계열사 쇼박스가 1억7,400만원에 구입한 것을 빌렸던 것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난 3월 시민단체들이 고소ㆍ고발한 담 회장 횡령 등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는 수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범행을 포착, 18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담 회장은 무혐의 처분됐다. 오너 부부가 모두 미술품 관련 횡령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된 오리온 측은 “이 부회장이 자기 소유의 미술품들을 회사에 전시하는 등 미술품들을 빼돌리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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