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인피니트 엘(김명수)의 첫 인상은 성실함이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 현장에서 그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했다. 이유를 물으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라고 한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했고, 모든 질문에 성실히 대답했다. 이는 조바심보다는 신인 연기자로서 취한 열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인피니트가 그러했듯이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MBC 드라마 ‘군주’에서 엘이 맡았던 천민 이선은 그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데 안성맞춤인 캐릭터였다. 천민 이선은 극중 가장 변화가 심한 인물이다. 초반에는 비굴하기도 하고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었다면 중간에 갈등을 겪다가 가짜 왕이 된 후에는 개인적인 욕망으로 가득 찬다. 게다가 가은(김소현 분)을 사랑하는 마음과 우정이라고 믿었던 세자 이선(유승호 분)을 오해하며 배신감을 느끼는 것까지, 천민 이선은 연기자라면 욕심날 만한 인물이었고, 엘은 이를 입체적으로 잘 만들어냈다.
엘은 “먼저 이미지를 떠올렸다. 시청자들은 1회부터 시작하지만 나는 그 전의 상황도 생각해 봤다. 과거의 이선은 어떻게 살았을까. 가은이를 어떻게 좋아하게 됐을까. 중간에 천민에서 왕이 되면서 5년 정도 시간이 흐르는데, 그 사이에는 어떻게 꼭두각시 생활을 했을지 그려봤다. 그래서 캐릭터에 잘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계급 사회인 조선시대에 천민에서 왕이 되기까지, 천민 이선이 내외적으로 표현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달라진 모습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엘은 동일성에 주목했다. 신분이 극과 극으로 바뀌더라도 그 본질은 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위축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목을 움츠리는 듯한 자세를 이선의 트레이드 마크로 정했다. 엘은 “의도되고 연출된 자세였다. 천민 출신인데다가 그냥 왕이 아니라 꼭두각시 왕이지 않나. 세자에 대한 자격지심도 있기 때문에 꼿꼿이 있는 척 하더라도 등이 굽는 것이다. 세자가 나를 만나러 올 때는 더 위축되기도 하고, ‘흑화’ 됐을 때는 떳떳해지는 신들도 있다”고 이야기 했다.
특히 왕이 된 후 엘은 가면을 쓴 채 얼굴을 가리고 연기했다. 얼굴 표정보다는 목소리나 행동, 그리고 눈빛과 분위기로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신인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연기였지만 이를 통해 연기적으로 많은 도움을 얻었다. 엘은 가면 연기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쓴 점으로 “맨 얼굴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도 잘 안 나타난다. 나중에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다. 눈빛이나 목소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 작품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진폭이 큰 감정 신을 촬영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고문 신 등 신체적으로 힘든 장면도 많았다. 엘은 “짐꽃환을 먹고 물고문 신 찍고 나서는 위경련이 와서 병원에 갔다. 눈에 실핏줄도 터졌는데 방송에 그대로 다 나왔더라. 하지만 반응이 좋아서 뿌듯했다”고 만족했다.
평소 연기 연습은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엘은 “우선 연기에서 발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 모니터도 많이 한다. 내가 찍어놓은 것을 보면 아쉬움이 많이 보이는데 나 자신을 보는 것이 공부가 된다. 부정적 시선의 댓글도 많이 도움이 된다. 상처는 받지만 걸러들을 수 있다. 진짜 비판과 악플은 다르니까 말이다. 나는 내 자료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댓글 천개가 있으면 다 본다. 비판했던 점을 고쳐서 내가 나중에 제대로 해내면 그들도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발전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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