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인피니트 엘(김명수)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군주’을 통해 첫 사극에 도전했다. 앞서 MBC ‘앙큼한 돌싱녀’,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너를 사랑한 시간’ 등 여러 드라마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비중이 많았던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엘은 최선을 다했고 연기력으로 호평 받았다.
엘은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것에 대해 “사극이 현대극보다 어려웠다. 사극 어조가 있어야 했고 아역부터 성인이 되는 것과 천민에서 왕의 말투나 행동, 감정 모두 달라야 해서 연습을 많이 했다. 연기를 한다는 생각보다 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사극 장르 덕분에 어른들에게 인지도를 얻는 의외의 수확까지 거뒀다. 그는 “문경, 부안, 담양 등 지방 촬영이 많았다. 사극을 어른들이 많이 보시니까 휴게소에 갈 때마다 알아봐주시더라. 내게 ‘왜 이렇게 나쁘냐’고 말씀하셨다”라며 최근 일본 스케줄로 인해 오랜만에 만난 멤버들 역시 “본인들보다 부모님들이 잘 챙겨보고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일반적으로 현대극보다 사극에서 더 신경 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사극을 많이 해본 연기자들도 매번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엘은 지친 기색 없이 “다음 작품도 바로 사극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하며 “첫 경험이 좋아서 사극이 좋아졌다. 나는 그동안 해외 콘서트를 한 적은 있어도 지방 촬영을 해본 적이 없다. 갈 기회가 없어서 오히려 더 재밌었다. 추위도 나름대로 재밌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성격인 것 같다는 말에 그는 “맞다. 나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엘은 가장 해보고 싶은 연기로 장르물을 꼽았다. 그는 “장르물에서 사연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처음에는 나쁘게 나오는데, 알고 보니 사연이 있는 캐릭터 말이다. 이선처럼 감정 기복이 센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현대판 이선도 재밌을 것 같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엘이 맡은 이선은 로맨스마저 힘들었던 인물이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 가은(김소현 분)에게 욕망을 버리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를 갖기 위해 왕 자리에 집착한다. 마지막 회에서는 끝내 가은을 지키다가 죽음까지 맞이한다. 앞서 엘은 ‘내겐 사랑스러운 그녀’ 등에서도 짝사랑을 연기해왔다. 러브라인에 대해 엘은 “아쉬운 것은 없다. 시청자분들은 좋아해주셨다. 절절하게 사랑을 하니까 이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하더라. 연민도 생기고 안타까운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웃음) 기회가 되면 나중에 멜로도 하고 싶지만, 아직은 천민 이선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중 천민 이선의 편에 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왕이 된 후 옆에 뒀던 현석(송인국 분)마저 대목(허준호 분)의 사람임이 밝혀지고 그의 칼에 죽기까지 한다. 6개월 이상 역할에 몰입하다 보면 실제로 외로워지지 않았을까. 엘은 “모두 다 적이었다. 몰입하면 외로웠던 건 맞다. 그런데 촬영 전까지 선생님부터 동생 역할의 꼬물이까지 다들 너무 친하게 지내니까 외로움을 못 느꼈다. 이번에 호흡들이 정말 잘 맞았다”고 자랑했다.
그래서 엘은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과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스케줄 맞으면 같이 놀러 가려고 한다.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내가 일단 정리가 되면 놀러가야 되지 않겠냐고 물어보려고 한다. 계획 짜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내가 먼저 연락할 것 같다. 시간이 안 되면 모임이라도 가질 예정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마지막 촬영을 끝낸 지 약 열흘 정도가 지난 지금 엘은 “재밌었고 행복한 기억들이 많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워낙 좋았기 때문에 캐릭터를 더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박수칠 때 보내주려고 한다”며 “우선 고양이 키우고 있는데 그동안 못 놀아줘서 놀아주려고 한다. 밀린 영화나 드라마도 볼 예정이다. 이후엔 바로 다음 작품이나 앨범을 생각하려고 하다. 가만히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하반기 활동을 예고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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