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새 드레스 코드를 선수들에게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두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LPGA는 이달 초 소속 선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가슴이 파인 상의나 짧은 스커트 등 신체 노출이 많은 복장을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더해 조깅 팬츠나 레깅스, 청바지 등 격식을 해치는 옷도 금지됐다. LPGA는 이를 어길 때 마다 1,000달러(약 1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LPGA의 새 정책을 두고 ‘슬럿 셰이밍(Slut Shaming, 여성의 옷차림이나 성적인 면모를 이유로 비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패션 전문지 틴 보그의 수재나 와이스 기자는 “누구에게든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을 권리가 있고 그로 인해 비난 받지 않아야 한다”며 “선수들의 몸과 패션을 억압하는 것은 골프라는 종목의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난색을 표했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 활동하는 미녀 골퍼 페이지 스피래닉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너무 타이트하거나 헐렁해서) 몸에 맞지 않는 옷도 프로페셔널 이미지와 맞지 않으므로 금지 목록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체 노출이 얼마나 심한지 따지려면 전체적으로 프로 선수 이미지에 맞지 않는 패션도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역공’인 셈이다.
LPGA투어 소속의 잔드라 갈(32ㆍ독일)은 17일 골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명확한 목적은 경기장에서 좋은 골프를 선보이는 것”이라며 “어깨가 파인 민소매 상의나 짧은 치마를 금지 하는 것은 스포츠의 이미지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미동포 크리스티나 김은 “내 말이 꼰대 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대회장은 우리의 비즈니스가 진행되는 장소이고 선수들은 프로페셔널 하게 보일 필요가 있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제인 박(미국) 역시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미 보수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어서 일부 몇 명에게만 해당하는 규정”이라며 “크게 신경 쓸 일도 아닌 것 같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복장은 본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화제를 끌어왔다. 미셸 위(28ㆍ미국)는 지난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파격적인 민소매와 미니스커트 패션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셸 위의 패션이 골프의 전통과 권위를 해친다는 지적이 줄을 잇자 그는 이후 민소매 운동복에 팔토시를 겹쳐 입고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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