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손 들어주면 국민연금공단 리스크 커
수익률과 국익 비교 땐 합병 찬성하는 게 맞다”
‘엘리엇 저격수’로 알려진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삼성 측 증인으로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법정에 출석해 삼성에 불리한 증언을 했지만, 신 교수는 이날 삼성 측 논리를 대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17일 열린 이 부회장 등 5명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신 교수는 국민연금공단이 국익 등을 이유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특검은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나쁜 것이었고 국민연금공단은 이를 알고도 삼성 로비를 받고 합병에 찬성해 손실을 끼쳤다는 걸 전제로 주장하는데, 합병은 당시 주주들에게 좋은 것이었고 공단에게도 나쁘다고 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합병에 반대했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합병 때 삼성물산 주식을 팔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신 교수는 특히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가증스럽다”고 비판하며, 삼성 합병이 국익 차원에서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국민연금공단 입장에서 누구 손을 들어주는 게 국가 이익에 좋겠는가. 국익 판단에서 엘리엇 손을 들어주는 게 공단은 훨씬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며 “수익률과 국익을 봤을 때 삼성 손을 들어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엘리엇은 자신은 큰 이익을 얻고 다른 사람들을 손해 보게 하는 집단으로 ‘벌처펀드(부실기업이나 부실채권에 투자해 수익 올리는 자금)’라는 이름도 얻었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가 삼성 합병이 국익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하자, 재판부는 “철학적일 수 있지만 증인이 생각하는 국익의 정의를 내려달라”고 묻기도 했다. 신 교수는 “경제성장이 좋아지고, 일자리가 많아지고, 기업들이 돈 많이 벌어 세금 많이 내서 복지재원에 쓰이는 게 국익이다”라고 답했다.
특검은 신 교수가 친재벌 성향 경제학자라고 반박했다. 특검은 신 교수가 과거 삼성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이었고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과 오랜 친분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매우 편향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합병 당시 삼성 옹호 인터뷰를 했는데, 미래전략실이 여론을 조성하려고 할 때 동원되는 교수가 아닌지 생각된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이 증인으로 신청한 김상조 위원장은 14일 법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한 시나리오였다며, 삼성 미래전략실 계획하에 작업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