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갖자고 북측에 공식 제안했다.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회담을 21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올 추석 이산가족상봉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각각 열자는 내용이다. 이 제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화성 14형 발사를 강행하고 민간단체 교류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회담 제안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북한과의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하는 등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국제사회의 제재ㆍ압박 기조를 흐트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과 G20정상회의 기간 주요국들과 양자 정상회담 등을 통해 대북 대화 노력에 대해 어느 정도 지지를 확보한 상태다. 이런 흐름을 활용해 남북대화를 통한 국면전환을 꾀하는 것은 바람직한 노력이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다. 15일자 노동신문 개인 필명의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일부 긍정적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 기조는 부정적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반발해 군 통신선은 물론, 판문점 연락채널까지 폐쇄해 버려 지금은 남북 간 어떠한 연락채널도 없다. 이날 서주석 국방차관과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직무대행이 직접 북측에 회담을 제안하지 못하고 언론발표 형식을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정부 요청대로 북한이 이번 제안에 대한 회신을 각각 서해 군통신선과 판문점 적십자 연락채널로 해 온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김정은 정권이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핵과 미사일에 매달리며 국제사회에 맞서고 남한과도 벽을 쌓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중국도 이런 흐름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냉철하게 읽고 이쯤에서 무모한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나오는 게 현명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의 붕괴나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임 정부 때와는 분명하게 다르다. 북한은 이번 우리정부의 제안에 적극 호응해 평화 공존과 번영의 한반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