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얼이 충칭시 서기에 오르며
4대 직할시 중 3곳 최측근 심어
상무위 진입 거론 쑨정차이는 실각
남녀평등 헌법 명시 등 중시 불구
역대 여성 상무위원 한 명도 없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최고지도부 진입이 유력시되던 쑨정차이(孫政才) 충칭(重慶)시 서기가 낙마하면서 권력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남녀평등을 중시하면서도 여성의 최고지도부 진출이 없었던 관례가 깨질지도 관심이다.
17일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쑨정차이 전 서기는 지난 14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금융공작회의 참석 직후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그의 부패ㆍ비리 혐의를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최측근인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貴州)성 서기가 충칭시 서기로 임명됐다는 인사 공고문에는 쑨정차이 전 서기의 후속 직책이 적시되지 않음으로써 그의 실각설을 뒷받침했다.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와 함께 류링허우(60後ㆍ1960년 이후 출생 세대)의 선두주자이자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했던 쑨정차이 전 서기의 낙마로 차기를 향한 권력 구도는 크게 출렁이고 있다. 정파 간 안배 관행이 깨지면서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가 강화하게 됐고, 시진핑-후진타오(胡錦濤) 연합세력이 장쩌민(江澤民) 세력에 맞서온 최근의 경쟁 구도도 파기될 공산이 커졌다.
당장 시 주석 측근들의 최고지도부 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천민얼 서기의 가세로 당연직 정치국원이면서 상무위원 진입 통로인 4대 직할시 서기 중 차이치(蔡奇) 베이징 서기와 리훙중(李鴻忠) 톈진(天津) 서기 등 3명이 시 주석 인맥이다. 10월 말로 예상되는 제19차 공산당대회에서 칠상팔하(七上八下ㆍ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관행을 깨고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 기율검사위 서기가 유임될 것이란 얘기도 파다하다.
시 주석 인맥 중에는 이들 외에도 왕양(汪洋) 부총리와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등의 상무위원 진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던 후춘화 서기도 최근엔 시 주석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나마 한정(韓正) 상하이(上海) 서기 정도가 장쩌민 전 주석 인맥인데 그도 과거 시 주석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사실상 이인자 역할을 빼앗겼다는 얘기가 나오던 상황에서 시 주석의 권력 강화는 후진타오 전 주석과 리 총리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퇴조와 맞물려 있다. 실제 공청단의 또 다른 핵심인 루하오(陸昊) 헤이룽장(黑龍江)성 성장은 시 주석 체제에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헌법에 남녀평등을 명시한 사회주의 정치체제에 걸맞게 여성 상무위원이 선출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각) 중국 당대회 관련 보도에서 “1949년 건국 이후 지금까지 여성 상무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2년 18차 당대회 결과 정치국원 25명 중 여성은 류옌둥(劉延東) 부총리와 쑨춘란(孫春蘭) 통일전선부장 등 2명뿐이었고 상무위원 7명은 모두 남성이었다.
중국 공산당의 인맥 구조에 정통한 리청(李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존손튼중국센터 소장은 그나마 쑨춘란 통전부장을 상무위원 후보로 꼽으면서도 “가능성은 5%도 안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71세인 류옌둥 부총리는 정계은퇴가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의 여성인권 변호사인 궈젠메이(郭建梅)는 “변호사들와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정치인들을 더 많이 승진시켜 당 지도부에 진입시켜 달라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해 당 최고지도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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